생존 필수 상식
늦은 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오늘 저녁에 동생 부부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영화를 봤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엄마, 아빠, 어린 딸. 이렇게 세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보이지 않은 미지의 괴물(?)의 습격으로 인해 세상은 혼돈에 휩싸이고, 세 가족 중 엄마를 잃는다. 그런데 내 눈에 딱 들어온 장면. 딸아이가 열이 났다. 아이의 아빠는 해열제 먹이는 방법을 몰라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저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것이었다. 물론 세상이 혼란에 빠져 해열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지만 말이다. 당장 나의 남편을 생각해 보니 해열제를 교차해서 먹이는 방법을 모를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약사이니 더욱 나를 믿고 맡겼겠지만.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순간부터 곧잘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난다. 아이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을 때는 즉시 병원에 가서 원인이 무엇인지 진료받고, 의사에게 처방받은 전문의약품을 복용하며 치료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아이의 열이 떨어질 때까지 자녀를 돌보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엄마들 대부분은 해열제 교차 복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핵심을 설명하자면, 해열제는 크게 두가지 계열로 나뉜다. 타이레놀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과 부루펜으로 알려진 이부프로펜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생후 4개월, 이부프로펜은 생후 6개월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어린 아기는 병원 방문이 필수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부루펜 계열을 교차 복용할 때 서로 2~3시간의 간격이 필요하다. 같은 계열의 해열제끼리는 약 6시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나는 딸아이가 고열이 나면 너무나 걱정되지만, 행동은 침착한 편이다. 세균,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열이 떨어지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열이 나도 아이의 컨디션이 좋다면 해열제 간격을 더 늘려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엄마의 입장에서는 열이 조금이라도 빨리 떨어지길 원하니, 현실적으로 해열제를 시간에 맞춰 먹이게 된다. 열패치를 붙이거나, 옷을 벗기고 미온수에 적신 수건을 닦아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딸아이에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열이 잡히려면 결국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딸아이는 열패치를 붙이면 바로 떼어 버리기 때문에 열패치를 제대로 붙여본 적이 없다. 아이만 버텨준다면 물수건을 올리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옷을 벗기면 한기를 심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얇은 상의는 입혀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니, 상황에 맞게 시도해보는 방법도 있겠다. 고열이 날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은 탈수다. 실제로 고열이 나면 아이는 거의 소변을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을 한꺼번에 먹이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바로 구토하는 경우가 있으니 물은 정말 몇 방울, 한 숟가락씩 자주 먹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는 아이가 대소변을 잘 누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올레를 외친다. 실제로 대소변은 열, 세균, 바이러스 같은 것들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열이 떨어질 때까지 부모는 몸살에 걸리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컨디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내가 부재시, 이 글을 꼭 봐야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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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내가 부재하진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