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한 마리 잡아먹자
엄마는 아직도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지팡이를, 또 한 손에는 말린 고추 한 봉지를 넣고 싼 보따리를 잡고 마루에 앉아 계신다.
이른 아침부터 한 차례 동네를 한 바퀴 돌았어도 성에 차지 않으신지 대문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니 그럴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기에 그저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엄마의 시선을 돌려볼 마음으로 닭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엄마, 우리 닭들을 한 번 불러 볼까?”
쌀 한 줌을 엄마 손에 쥐어 주고. 나도 쌀 한 줌 마당으로 던지면서 닭을 불렀다.
“구우 구구! 구우우 구구”
마당 한 구석에서 쉬고 있던 닭들이 달려 나와 던져준 쌀알을 콕콕콕 찍어 먹었다.
“하나, 둘, 셋, 넷. 암탉이 네 마리가 있네?”
암탉들은 작년 5월 지인이 병아리를 주어서 서울 집 옥상에서 키운 청계 닭들이었다. 청계 닭들은 그해 가을이 되자 알을 낳기 시작했다. 길쭉하면서 푸른빛이 나는 알을 낳았는데 처음 낳은 알은 어찌나 작았던지 계란이라고 하기보단 새알 같았다. 청계 알은 이웃집에 다섯 알씩 나누어주었는데 다들 신기하다고 했다. 청계 알을 모아서 딸에게 가져다주었더니 일반 알을 먹을 때보다 진한 맛이 난다고 좋아했다.
청계 닭이 좁은 서울 옥상에서 살다가 나를 따라서 시골마당으로 옮겨 와서 신나게 살 고 있다. 마당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면서 곤충들을 잡아먹고 잡초도 쪼아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 사는 곳이 좋아서 그런지 날마다 푸른빛이 도는 하얀 알을 낳아 주었다.
“저것들이 처다 보고 있다.”
갑자기 엄마가 소리를 쳤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앞집 지붕 위에 참새들이 모여있었다. 닭들이 쪼아 먹는 쌀알을 보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마루에 앉아 있으니 마당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엄마의 시선을 조금 더 잡아 두기 위해 일어났다.
“엄마, 암탉들이 알을 낳았나 볼까?”
닭들이 알을 낳는 산란 통을 들여다보았다. 어제 낳은 청란이 한 개 있었다. 알을 들어 보이며
“엄마, 여기 알이 한 개 있어.!”
나는 푸른빛 알을 한 개 가져와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그냥 놔둬!”
엄마는 그냥 그곳에 넣어 두라고 손사례를 쳤다.
암탉들을 가만히 보고 있던 엄마는
“닭 한 마리 잡아라!”
“엄마, 닭고기 먹고 싶어요? 어떤 놈을 잡을까요?”
“저기 큰 놈으로 잡아.”
어머니가 가리키는 암탉은 회색이었다.
-암탉들은 부르는 이름이 있다. 제일 크고 검은색인 먹보. 제일 작고 날렵한 날센돌이. 온통 검은색으로 평범한 검은색. 온통 회색털을 갖은 회색이.-
“엄마, 알 낳고 있는데 어떻게 잡아?”
“닭이 많으니까 한 마리 잡아 묵자. 응?”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닭을 잡아먹자고 하시는 것을 보니 닭고기가 먹고 싶은가 보다. 내일은 장에 나가서 닭 한 마리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힘드니까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햇볕이 마루에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