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엄마도 때로는 흔들려도 돼

조금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루루맘

펑펑 울었다.
남편이랑 대화를 하다가.

요즘 들어 나 자신이 화가 많아진 것 같다고,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절제가 잘 안 되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소리치는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소리를 지르는 순간보다, 그 후에 찾아오는 죄책감이 더 무서웠다.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 같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에도 화가 커지고,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격해진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까지 예민해졌지.
스스로를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불안했고, 그래서 더 자책했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다고, 본인도 그런 적 많다고.
일도, 육아도, 운동도 한꺼번에 해내려다 보면 지치는 게 당연하다고.
정말 문제가 있어 보이면 자기가 먼저 말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이 고마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놓이지 않았다.
남편은 내 배우자니까 결국 내 편을 들어주는 건 아닐까.
그가 말하는 ‘괜찮다’가 정말 괜찮아서인지,
아니면 나를 안심시키려는 말인지…
그조차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정작 내가 문제인데,
우리가 둘 다 그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갈까 봐, 아이들이 불행해질까 봐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무 완벽하려 해서 그렇다고.
다 잘 해내고 싶어서, 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더 힘들어진 거라고.

“하루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
하루쯤은 집에 다 같이 누워 TV만 봐도 돼.
하루쯤은 한 끼쯤 대충 먹어도 되고,
하루쯤은 대충 씻고 그대로 잠들어도 괜찮아.

아이는 부모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존재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너무 많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대고 있었다는 걸.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걸.

돌아보면, 내 아이들은 정말 작은 것에도 환하게 웃는다.
함께 자고 일어나는 날이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하고,
“엄마 잘 잤어?” 하며 두 팔 벌려 품에 안긴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하원길에 나를 보면
세상 무엇보다 밝은 얼굴로 달려와 안긴다.

길에서 예쁜 단풍잎 하나만 집어
“자, 선물!” 하고 내밀어도
마치 하늘의 별을 따다 준 것처럼 환하게 웃는 아이들.
그 작은 손바닥 하나에
그토록 큰 사랑을 담아 내미는 아이들.

그만큼 소중하니까,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어서라도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독처럼 쌓여 나를 갉아먹고 있었구나.
아이들을 사랑하려고 쏟았던 열정이
정작 나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나에게 허락하고,
조금 더 여유를 두고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내 시간을 다시 회복하고,
나라는 사람을 먼저 돌봐주려 한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아이들에게 가는 사랑을 더 크고 더 깊게 만드는 길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단단해지려 한다.
그리고 그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 아이들을 더 꽉, 더 깊이, 더 넓게 사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