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아기

돌아보면 너무 작았던 너의 어깨 위로

by 루루맘

큰 딸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무슨 노래를 들려줄까 생각하다가,
괜히 마음 한쪽이 서늘해지는 섬집아기가 떠올랐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륵 잠이 듭니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조용히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내 앞에 와서 자신의 작은 가슴을
툭, 툭 치며 말했다.

“엄마… 나 여기 있어.
루다… 여기 있어.”

그 순간, 나는 숨이 멎었다.
아이는 무서워한 게 아니었다.
‘두고 가는 엄마’와
‘혼자 남는 아기’의 마음을
자신에게 대입해 버린 거였다.

“루다… 슬펐어?”
조심스레 묻자
아이의 목소리가 부서질 듯 떨렸다.

“응… 엄마 보고 싶어서,
루다는 엄마 사랑하니까…”

그 말에,
나는 그동안 못 본 척 지나쳤던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12개월,
말도 제대로 못 하던 몸으로
어린이집에 가야 했던 너.

작은 책가방을 메고
낯선 교실 문 앞에서
엄마 손을 붙잡던 그 손의 떨림.

낮잠 시간, 커다란 방 안에서
엎드려 누워
낯선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던 너의 조용한 숨결.

네가 울지 않았다고 해서
네 마음도 괜찮았던 건 아니었겠지.
그날 일하며 웃는 척하던 내 얼굴 뒤에
사실은 하루 종일
“지금은 괜찮을까…”
수십 번 삼켰던 그 마음처럼.

너는 아직 어려서 잊었지만,
엄마는 지금도 기억한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텅 빈 카시트가 너무 커 보여
괜히 울컥했던 그날을.

나는 바란다.
엄마가 비운 시간이
너에게 얼룩처럼 남지 않기를.
차갑게 스며드는 ‘파도 소리’가 아니라
네 등을 토닥이는 ‘따뜻한 바람’으로 남기를.

그리고 언젠가 네가 더 자라
엄마가 곁에 없는 순간에도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엄마의 온기가 네 안에
아주 깊이, 아주 오래 남아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되기를.

너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있던 시간이 있었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너에게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정말 단 한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