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든든한 내 남자에게

부모라는 이름이 우리를 덮기 전의 시간들

by 루루맘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우리가 언제부터 ‘엄마’와 ‘아빠’가 되었을까.
어느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지.

그런데 문득, 그 모든 순간 이전의 우리가 떠오를 때가 있어.
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너는 그냥 나의 남자였어.

하루 끝에 가장 기대고 싶었던 사람,
내 마음이 가장 먼저 향하던 사람.

그리고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예쁜 흑장미 다발을 들고 와서는
“오늘 내 기분이 별로라 너는 좋았으면 해서.”
하며 조심스럽게 내밀던 너의 손을.

그날 나는 알았어.
사랑은, 자기 기분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챙기게 되는 거라는 걸.
너는 그걸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지.

부모가 된 후의 우리는 지치고 벅차서
서로의 마음을 돌보기 어려운 날도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알아.
너는 여전히 나를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는 걸.

어쩌면 우리가 부모가 될 수 있었던 건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이미 ‘든든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야.
그 사랑 위에 아이들이 태어났고, 지금의 가족이 만들어졌지.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빠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너에게 말하고 싶어.

고마워.
내가 흔들릴 때 붙잡아주는 손이 되어줘서.
지친 날에도 내 편으로 남아 있어 줘서.
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줘서.

언젠가 아이들이 더 자라고
우리 둘만의 시간이 돌아오면,
나는 그때 다시,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던 온도로
네 손을 잡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지치고 조금 미안해도
그냥 이렇게 함께 걸어가 줘.

왜냐하면
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지금도 여전히
너는 내게 든든한 내 남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