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며 살아온 우리에게
너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밤이 깊어지고 집이 조용해지면,
나는 종종 이렇게 펜을 들어본다.
창밖의 불빛이 천천히 식어가는 동안
온 우주에 나만 깨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순간만큼은
글을 쓰는 나를
마치 다른 사람을 보듯 바라본다.
손끝에 닿는 문장은 늘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고,
조금 아프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내 마음은 제 목소리를 되찾곤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꼭 숨겨두어야 한다고 믿었던 마음들이
조용히 문장 사이로 스며 나온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단어의 모서리에 걸려 흔들릴 때면
아, 오늘도 나를 견디느라 참 많이 애썼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쪽이
조금 저릿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쌓인 무게를
문장에 옮겨 심으며
나조차 몰랐던 상처가 조용히 드러나는 순간 같아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아프기만 한 건 아니다.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있어도
손안에 작은 불빛 하나쯤은 쥐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
조금은 울컥하고,
조금은 든든하고,
조금은 안아주고 싶어진다.
글을 쓰는 나를 바라보며,
글을 읽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말로는 다 살아낼 수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또 읽는 걸지도 모른다고.
오늘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향해 조용히 손을 뻗는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장을 쌓는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흩어질 것 같은 나를
내가 먼저 붙잡기 위해.
“너는 참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너도 참 잘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