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21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만두피 없는 만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만두는 만두피가 있어야 만두 아닌가. 그 얇은 밀가루 껍질이 소를 감싸야 비로소 만두라는 이름이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마로 만두소를 감싸 사탕 모양으로 묶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만두의 본질은 피가 아니라 그 안에 든 것, 그리고 감싸는 마음이 아닐까 하고.
서울 근교 전설의 카페 '백마 화사랑'의 안주인으로 40여 년을 요리해 온 박상미 푸드아티스트의 레시피다. 제철 재료의 본질을 살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온 그의 손에서 탄생한 요리.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절의 맛을 전해온 사람의 레시피라고 생각하니, 괜히 더 정성스럽게 만들고 싶어진다. 요리에는 만든 사람의 시간이 담긴다는 것을, 이 레시피 앞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편수. 각종 채소를 소로 말아내 여름철에 먹던 전통 만두다. 일반 만두와 달리 모양이 네모난 것이 특징인데, 오늘은 그것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든다. 다시마를 피 삼아 소를 올리고 돌돌 말아 양 끝을 미나리 줄기로 묶는다. 사탕 모양. 이름도 예쁘고, 모양도 예쁘다.
손질부터 시작한다. 다시마를 살짝 데쳐 물기를 닦아낸다. 데친 다시마는 뻣뻣함이 사라지고 유연해지면서 무언가를 감쌀 준비가 된 것처럼 부드럽게 펼쳐진다. 미나리는 잎을 떼어내고 줄기만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이 줄기가 나중에 만두의 양 끝을 묶는 천연 끈이 된다. 주방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얼마나 감각적인 사람이었을까, 손질하면서 잠깐 생각에 잠긴다.
소를 만드는 과정이 이 요리의 핵심이다.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을 살짝 해서 팬에 볶는다. 두부는 물기를 꼭 짜고 팬에 볶아 수분을 날린다. 이 단계가 중요하다. 두부 속 수분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소가 흐물거린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두부는 더 고소해지고 탄탄해진다. 표고버섯은 채를 썰어 소금과 참기름에 볶는다.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참기름 한 방울이 버섯의 향을 깨워낸다.
세 가지 재료가 한 그릇에 모인다. 여기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노른자가 재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색도, 향도, 질감도 제각각이었던 것들이 하나의 소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제 다시마 위에 소를 올린다. 너무 많이 올리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적당한 양이 올라가야 돌돌 말 때 터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말아 올리고, 데쳐둔 미나리 줄기로 양 끝을 묶는다. 그리고 끝을 가지런히 잘라낸다. 완성된 모양이 영락없이 초록색 사탕이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보면,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을 만큼 예쁘다.
찜기에 올려 살짝 찐다. 다시마가 열기를 받으며 은은한 바다 향을 낸다. 뚜껑을 여는 순간 올라오는 그 향이 이 요리의 마지막 인사 같다. 제철 채소와 쇠고기, 두부의 고소함, 다시마의 감칠맛, 미나리의 향긋함이 한 입 크기 안에 모두 들어있다. 씹을수록 재료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만두피 없이도 이렇게 단단하게 완성될 수 있구나 싶다.
솔직히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재료도 여러 가지고, 각각 따로 볶아야 하고, 미나리로 하나하나 묶어야 한다. 하지만 그 손길 하나하나가 결국 접시 위에 남는다. 서두르지 않고, 재료마다 제 시간을 들여 손질하는 것. 40년 손맛이라는 것이 결국 그런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밀가루 없이도 만두가 된다. 다시마 한 장이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 오늘 주방에서 작은 실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레시피가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재료>
다시마 사탕만두 (1인분) 쌈다시마(10×12cm) 10장, 쇠고기 100g, 두부 1/4모, 표고버섯 1개, 애호박 50g, 달걀노른자 1개, 미나리 30g, 불고기 양념·소금·참기름 약간
① 다시마 살짝 데쳐 물기 제거, 미나리 줄기만 소금물에 데치기
② 쇠고기 불고기 양념해 볶기, 두부 물기 짜서 볶기, 표고버섯 채 썰어 소금·참기름에 볶기
③ 세 재료에 달걀노른자 넣고 섞어 만두소 완성
④ 다시마에 소 올려 돌돌 말고 미나리 줄기로 양 끝 묶어 끝 정리
⑤ 찜기에 올려 살짝 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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