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07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아침마다 달걀 앞에서 잠깐 고민한다.
스크램블로 할까, 프라이로 할까. 결국 매번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맛을 먹는다. 달걀은 분명 좋아하는데, 어쩐지 매일 똑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 어느 날 TV 화면 속에서 최강록 셰프가 프라이팬 하나를 들고 뚝딱 완성해 내는 요리를 봤다. 달걀이 재료를 감싸는 게 아니라, 재료들이 달걀 위로 자연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였다. 보는 순간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프리타타(Frittata). 이탈리아어로 '튀긴 것'이라는 뜻이다. 달걀을 풀어 육류, 채소, 치즈 등을 넣고 프라이팬에서 구워내는 요리인데, 우리가 아는 오믈렛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오믈렛은 재료를 달걀이 감춘다. 프리타타는 재료가 그대로 드러난다.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올려두는 요리. 어딘가 솔직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재료 손질부터 시작한다. 시금치, 느타리버섯, 양파를 잘게 다진다. 베이컨은 한 입 크기로 썬다. 방울토마토는 절반으로 자른다. 칼질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금방이다. 모두 잘게 써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다지는 동안 도마 위에 쌓이는 색깔들이 벌써 예쁘다. 짙은 초록의 시금치, 크림빛 느타리버섯, 반 잘린 방울토마토의 붉고 싱그러운 단면.
달걀 네 개에 우유를 붓고, 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어 골고루 젓는다. 거품기가 없어도 괜찮다. 젓가락으로 충분하다. 달걀과 우유가 섞이면서 옅은 노란빛 물결이 생기는데, 이 단순한 장면이 아침 요리를 시작하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키친타월로 한 번 가볍게 닦아낸다. 다진 채소와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 시금치가 숨이 죽으면 불을 끈다. 이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오래 볶으면 채소가 지쳐버린다. 숨만 살짝 죽은 시금치는 아직 초록빛이 살아있고, 향도 충분히 남아있다.
불을 끈 프라이팬 위에 달걀물을 붓는다. 방울토마토를 올리고, 기호에 따라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다.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천천히 익힌다. 이 시간이 프리타타의 매력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강한 불은 달걀을 딱딱하게 만들고, 약한 불은 달걀을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게 한다. 뚜껑 안에서 치즈가 녹고, 방울토마토가 익어가고, 달걀이 채소를 품어가는 소리가 조용히 들린다.
완성된 프리타타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는다. 피자처럼, 혹은 케이크처럼. 단면을 보면 달걀 사이에 시금치와 버섯과 베이컨이 층처럼 박혀있다. 숨기지 않았던 재료들이 그대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한 입 먹으면, 부드러운 달걀 사이에서 채소의 식감이 살아있고, 베이컨의 짭조름함이 전체를 잡아준다. 방울토마토 한 알을 씹는 순간 터지는 과즙은 덤이다.
이게 아침 식사라니. 조금 사치스러운 기분이 든다. 좋은 의미로.
사실 처음에는 거창해 보여서 망설였다. 프리타타라는 이름도 낯설고, 이탈리아 요리라고 하니 뭔가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니 프라이팬 하나로 끝난다. 재료를 볶고, 달걀물 붓고, 뚜껑 덮고 기다리면 된다.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도, 아침마다 시간이 빠듯한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최강록 셰프가 방송에서 이 요리를 소개했을 때 시청자들이 반한 건 화려한 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간단하고, 맛있고, 어딘가 일상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냉장고에 달걀 네 개와 자투리 채소 몇 가지가 있다면, 오늘 아침 식탁이 달라질 수 있다.
토마토, 시금치 프리타타 레시피 (2인분)
<재료>
달걀 4개, 시금치 60g, 느타리버섯 50g, 베이컨 1줄, 양파 100g, 방울토마토 5알, 우유 100mL, 모차렐라 치즈(생략 가능), 식용유·소금·후추 약간
① 시금치·느타리버섯·양파 잘게 다지고, 베이컨 한 입 크기로 썰기, 방울토마토 반으로 자르기
② 달걀 4개에 우유·소금·후추 넣고 골고루 젓기
③ 프라이팬에 식용유 두르고 채소·베이컨 볶다가 시금치 숨 죽으면 불 끄기
④ 달걀물 붓고 방울토마토·모차렐라 치즈 올린 뒤 뚜껑 덮어 약한 불에 천천히 익히기
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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