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국화

무연고자의 삶과 존엄을 다시 생각하며

by 박정민

쓸쓸한 죽음 너머,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이유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동짓날,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 추모제'

해마다 우리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깁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홀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기리는 이 자리는, 사회가 외면해 온

그늘진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특히 올해는 5년 전에 비해 무연고 사망자 수가

두 배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우리 사회에 더욱 깊어진

고독단절이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이 무거운 숫자들은 그저

통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가족과 멀어진 사람들,

벼랑 끝에 몰려 누구 하나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스러져간 이들의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죽음들을 흔히

남의 일처럼 여길 때가 많지만,

우리 삶 역시 언제 어떤 시련이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이나

예기치 않은 불행 앞에 서면

누구나 언젠가 거리로,

혹은 허름한 쪽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을 단순히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따뜻한 연대감이 아닐까요.


추모제는 비통함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가장 긴 밤이 지나고 나면

봄이 한 걸음 다가오듯,


이 행사는 어렵게 살아온 이들을 기억하며

남은 이들이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손 내밉니다.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모인 이들이 국화를 한 송이씩 놓고,

서로에게 건네던 작은 위로의 말,

따스한 동지팥죽 한 그릇과

상담 부스의 친절함은

차가운 현실 속 인간다운 온기를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모두가 존엄합니다.

그 죽음 역시 존중받아 마땅하죠.

홈리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질 때,

이들이 더 이상 홀로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경제적 처지나

사회적 배경 때문에

외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가장 약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따스한 사회가 된다면,

무연고로 떠난 영혼들의 마지막 길도

이젠 그렇게 쓸쓸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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