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따뜻한 잔상

2년의 여정, 준호 씨가 선물한 그리움과 행복의 필름

by 박정민


월요일 아침, 2025년의 마지막 주가

소리 없이 문을 열었네요.

시간의 흐름이 실감 나지 않는

이 먹먹함은 뭘까요?


오늘따라 주간활동센터의 공기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텅 비어있는 '준호'씨 자리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어제 그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났다는 사실이 마치 오랜 꿈처럼

아득하게 다가와요.


정말 그가 떠난 게 맞는지,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난 2년간의 소중한 시간들이

오래된 필름처럼 스르륵 눈앞을 스치고,

저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준호'씨는 제 삶에 특별한

반짝임을 안겨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이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준호'씨는 그만의 순수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블록을 쌓다 와르르 무너뜨렸을 때,

보통은 속상해서 울거나 화를 내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준호'씨는 오히려 해맑게 웃으며

"네~ 네~" 하고는 다시 차근차근

블록을 쌓아 올리더군요.


기분이 너무너무 좋을 때면

"돼지~꿀꿀"을 반복해서 외치며

더 환하게 미소 짓던 모습도 아직 선명해요.


"준호씨, 괜찮아? 다시 만들 수 있겠어?"

라고 물었을 때도, 그의 해맑은 미소와

"네~ 네~"라는 대답은 언제나 변함없었죠.


'아, 이게 바로 준호 씨만의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그 순수한 영혼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센터에서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 중에서도

준호 씨가 가장 좋아했던 건

단연 신체활동이었죠.


줄넘기를 하면서

발랄하게 뛰어오르는 모습,

신나는 음악에 맞춰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미친 듯이

뛰놀던 그 모습까지!

그의 두 눈은 늘 반짝였고, 지칠 법도 한데

제가 '준호씨, 괜찮아?' 물을 때마다

"네~ 네~" 하며 해맑게 웃어주었습니다.

함께 뛰고 웃던 그 시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행복이 가득했죠.


평범했던 순간들이었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제 삶을 얼마나 커다란 행복으로

채워주었는지 모릅니다.


가끔 예고 없이 와락 안겨 올 때면,

그 포근함은 여전히 제 마음 한편에

따뜻한 여운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준호'씨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존재였답니다.

물론 늘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었어요.

솔직히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들이 저에겐

하나하나 빛나는 보석처럼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준호'씨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는 단순한 '떠나간 사람'이 아니에요.

제 마음에 또렷하게 새겨진

'잔상' 같은 존재입니다.

살아가다 문득 그의 기억이 떠오르면

혼자 피식 미소 짓게 되고,

오늘처럼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마음에

잔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준호 씨가 제 삶을 더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 것처럼,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잔상이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그 잔상들이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되어주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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