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을 깨우는 일상의 행복> 시리즈

2편 / 바람이 스치고, 빗방울이 노래할 때

by 박정민

바람이 스치고, 빗방울이 노래할 때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귀로 들어오는 소리들이 마음 깊은 곳을 더 따뜻하게 감쌀 때가 있어요. 창밖으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 나뭇잎 사이를 살랑거리는 잔잔한 소리, 그리고 툭툭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속삭임까지. 이런 소리들은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한 장면이나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불러내 주는 마법 같은 악장이 되곤 하죠.


어느 오후,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깜짝 놀랐어요. 후드득거리는 빗소리가 온 세상을 감싸던 그때, 나는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귀를 기울였죠. 그러다 어릴 적 기억이 젖은 흙냄새처럼 은은하게 떠올랐어요. 장맛비 내리던 여름날, 대청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던 할머니의 따뜻한 등이 생각났고, 그 품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다시 마음 한구석을 적셨습니다. 빗방울 하나하나마다 마치 과거로 이어지는 작은 문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참 묘해요. “쏴아-” 하고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괜히 마음속 답답함까지 씻어주는 것 같고, “휘이익-” 저 멀리서 부는 바람은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죠. 바람에 따라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변해가는 계절 속에 내 마음도 유연하게 흐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멈춰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메시지를, 바람은 조용히 속삭여 주는 것 같아요.


가끔은 너무 고요한 밤, 오히려 더 많은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움직임, 그리고 아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나만의 내면의 소리까지. 이런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어디에 위로가 필요한지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돼요. 아마 세상의 모든 소음에서 한 발짝 떨어져야만 다가오는, 가장 솔직한 마음의 노래일지도 모르죠.


세상의 모든 소리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슬픈 노랫말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희망찬 새 출발의 신호가 되기도 하니까요. 잠시 귀를 기울여봐요. 빗방울이 노래하고 바람이 물어오는 순간, 그 모든 소리 속에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장 가까이서 들려오는 자연의 속삭임,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 그리고 저마다 가진 내면의 울림을 느끼다 보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깊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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