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을 깨우는 일상의 행복> 시리즈

3편 / 코끝을 스치는 아련한 향기에 마음이 움직일 때

by 박정민

코끝을 스치는 아련한 향기에 마음이 움직일 때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던 세상이 펼쳐지고요,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던 내면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문득 코끝을 훑고 지나가는 작은 향기 하나가 오래 잠들어 있던 기억의 서랍을 활짝 열어젖힐 때가 있어요. 사람의 감정에 가장 본능적으로, 또 강렬하게 와닿는 감각—그게 바로 후각이에요. 향기는 시간도 뛰어넘어요. 어느새 우리를 과거의 한순간으로 데려가면서, 잊고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또렷하게 불러내죠.

저는 가끔 비 온 뒤에 퍼지는 흙내음에서 어린 시절의 저와 마주하곤 해요.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 밑에서 쪼그려 앉아 젖은 흙을 만지던 작은 손, 고인 빗물 웅덩이에 비친 푸른 하늘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죠. 촉촉한 흙냄새 속엔 흙장난을 하다 옷이 더러워질까 조마조마했던 마음도 섞여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세상 모든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던 그 무구한 설렘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고요. 그 냄새를 맡는 순간만큼은 바쁜 어른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되고요, 맑고 투명하던 아이로 잠깐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오래된 서점에서 저는 쿰쿰하면서도 포근한 종이 냄새를 맡을 때면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서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시간이 깃든 책장 사이, 그 특별한 냄새는 제가 끝없는 이야기와 지식의 바다로 떠나는 듯한 설렘을 느끼게 해요. 마치 세상 모든 미스터리가 책 속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포근함이랄까요. 저는 그 냄새 가운데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갈증을 느껴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과거의 저와 미래의 제가 조용히 마주 앉은 듯한 느낌에 빠지곤 해요.


갓 구운 빵 냄새나 커피 원두의 고소한 향,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체취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향기들은 단순히 좋고 나쁜 느낌을 넘어, 우리 삶 곳곳에 깊숙이 스며 있어요. 때로는 향기가 주는 위로에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련한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해요. 이렇게 코끝을 스치는 작은 향기 하나만으로도 마음속 깊었던 감정이 일어나고, 잊고 있었던 저 자신과 세상, 그리고 서로의 연결을 다시 느끼게 돼요.


오늘, 만약 우연히 어떤 향기가 스쳐간다면 잠깐 멈춰 서서 그 향을 천천히 느껴봐요. 어쩌면 그 향기 속에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진실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지도 몰라요.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당신만의 진짜 이야기가, 어느새 코끝을 타고 서서히 피어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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