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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영 Nov 23. 2022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브런치를 시작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때에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지? 관심받고 싶은가? 

솔직히 말하자면, 타인의 관심을 아주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다면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나서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연극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 

도대체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아이였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놀이터를 휘젓다가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생겼다. 

혼자가 되면 인형놀이를 했다. 

한 번은 내가 되고, 한 번은 네가 되고 그러다 다른 누군가도 되고.

해설과 대사가 난무하는, 밑도 끝도 없는 상상의 세계,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내가 세상을 만들고 인물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 건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깐. 유년기에 인형이든 로봇이든 붙잡고 혼잣말 안 해 본 사람 별로 없을 거다.

그러하다. 우리는 모두 태곳적부터 이야기 만드는 기술을 품고 태어났을지 모른다. 


아빠는 평소 독서를 즐기셨는데, 어린 마음에 책 읽는 아빠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어떤 모방심리가 작동했던 것 같다. 나는 무언가 읽는 행위를 즐기게 되었다. 누군가는 내게 문자 중독이라고 했다. 변기에 앉아서 샴푸 통에 쓰인 전성분을 읽고 있을 정도니 뭐... 

나는 책, 특히 소설과 친해졌다. '이야기'에는 한계도 벽도 없는 것 같았다.

이야기 속 인물을 상상하고,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보는 일이 좋았다. 

가짜인 걸 알지만 진짜라고 믿게 되는,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에 잠시 머무는 재미.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두꺼운 책일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 이런 책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야.' 같은 쓸데없는 허영심도 조금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마음속엔 '나도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가 자리했다. 


대학생이 되고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을 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연극.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선배가 날 보며 말했다.

"너, 내가 찍었어. 무조건 우리 동아리 들어와."

정말로 싫었다면 내뺐을 텐데, 난 그러지 않았다. 왜냐, 연극은 유혹적이거든.

몇 해가 흘렀다. 눈 떠 보니 대학로였다. 어이쿠, 내일이 첫 공연이라네?!

다시 몇 해가 흘렀다. 짧지 않은 시간을 연극인으로 살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극을 그만두게 될 즈음 마음속에 강한 충동이 일었다.

'나, 글 쓰고 싶은데?!'

연극을 안 하고 사려니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놀이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쌓여 있다가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만사가 어설프지만 가끔 계획적이거나 조금 똑똑해질 때가 있는데, 처음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이 그러했다. 내가 뭘 잘 쓸 수 있을지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 거다.

소설, 동화, 희곡. 세 가지 분야를 추렸다. 일단 써보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고 나니 몹시 우울해졌다. 희곡은 장면 구상만 하다가 끝났다. 그런데 동화는 달랐다. 쓰면서도 재밌고, 쓰고 나서도 재밌었다. 오호, 찾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였으나 동화작가로 책을 내기까지의 그 '반'은 꽤나 힘이 들었다.

그 '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조금 더.


그래서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나 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것 같은데, 어떤가요?', '우리가 맞이할 세계는 이렇게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런 세상이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같은 이야기.


어쩌다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어떤 글이 올라오는 곳인지 잘 몰랐다.

단편 '마젠타'와 '너와 나의 거리 빵 미터'가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고 얼마 뒤 선정작을 브런치에 발표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브런치에 들어와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있게, 이렇게나 많은 작가들이!

덜컥 겁이 났다. 

해도 될까.


나는 대체로 어설프고 아주 가끔만 계획적이거나 조금 똑똑해지지만, 뭐든 시작하고 보는 편이다. 

후회를 해도 나중에. 그래서 브런치도 시작한다. 조금 어설프지만 동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다음에 해볼 이야기는 동화작가가 되어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북] 단편동화집_ 마젠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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