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일 구할 때 고려했던 점, 다섯 가지
내가 호주에서 워홀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농장 다음으로 일자리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먹고사는 건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내가 호주에서 일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이 몇 개 있는데 이것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사람마다 지향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첫 번째,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
사실 이 기준에 대해 매우 의아할 수도 있는데, 이 기준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기준이다. 호주로 가기 전 나의 일상은 한때 유행했던 갓생 살기 그 자체였다. 원해서 한건 아니고, 그저 불안했다.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뭘 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하루 8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웠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위치였다. 내가 일하는 업계의 대부분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남에 대부분의 회사가 모여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9to6의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하게 되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기본 2시간은 버스에 갇혀 그저 조금이라도 빠르게 집으로 갈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침 4시 30분 기상이었다. 경기도에서 첫차를 타고 강남으로 가면 대략 7시 30분이면 출근을 했다. 그리고 4시 30분 퇴근, 출퇴근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퇴근을 하고 학원을 다녔다.
해외팀 근무를 했지만 영어가 부족했으니, 주 2-3회 영어학원을 다녔고, 워홀을 준비하면서 남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한다기에 무작정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을 다녔다. (결국 호주에서는 써먹지 못했는데,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의외로 써먹게 됐다.) 코로나 시기에는 영상편집이 뜨길래 영상편집 학원을 다녔다. (이건 아직 못써먹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 30분, 다음날 출근을 위해 씻고 바로 잠이 들었다. 주말에는 앞서 말했듯 그때 당시 심취했던 파이어족을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고 주식공부 등 투자를 위한 공부 했다. 나열하고 보니 나 참 열심히 살았다.(웃음)
저러한 일상을 대략 4년 정도 하다 보니 나에게 그 녀석이 찾아오고 말았다. "번아웃"이라는 그 녀석이 소리 없이 내게 다가왔다. 실제로 퇴사하기 몇 달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우울증 지수가 높게 나오기도 하고 집에서는 시체처럼 잠만 잤다. 퇴사하기 몇 달 전에는 정말 무슨 정신으로 다녔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인수인계는 열심히 했다. 생전 처음 야근을 한 날이 바로 인수인계 한 달 전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날 때, 나는 생각했다.
"아 더 이상 열심히 살지 말아야지"
호주에 오게 되면 잡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지잡이냐, 한인잡이냐'
기준에 따라 선택을 하겠지만 나는 일단 오지 잡은 할 생각이 크게 없었다. 하면 좋겠지만 일하는 목적은 돈이었고, 호주워홀을 준비하면서 봤던 레쥬메 기갈나게 작성하는 방법 등등 일단, 이곳에서 조금쯤은 막살려고 온 건데 저런 엄청난 레쥬메를 작성할 노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웃음)
한인 잡은 내가 살던 동네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레쥬메를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다. 간단한 형식만 지키면 대부분 문자로 지원을 하고 문자로 면접날짜를 잡았다. 면접 당일에 갔더니 레쥬메를 안 보는 분들도 있었다. 대신 중요한 건 경력이었다. 여기서 일해봤는지 외에는 그다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도 쉬웠고 오지잡처럼 거창하게 너의 비전은 뭐니?(정확히 이런 워딩은 아닐 거다) 이런 걸 나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아니 일하는데 비전이 어디 있나, 돈 벌려고 왔지
두 번째, 직원의 한인 비율이 50%를 넘기지 않을 것
그럼에도 호주에서의 나의 목적은 어찌 됐던 영어를 쓰는 환경이었고,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을 메꿔줄 코워커들이 필요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내 코워커들이 전부 한국인이면 환경을 바꾼 보람도 없을 테고 무엇보다 한인 비율이 높으면 이상하게 이전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곳들이 종종 보였다. (일한 지 하루 만에 아직도 못 외웠냐 와 같은 말로 면박(?)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호주는 고용주도 그렇고 손님들도 그렇고 대체로 New의 실수에 인자한 편이다. 반복된다면 안 되겠지만...)
그래서 면접 보기 전에 손님으로 위장(?)해 매장 직원의 비율을 유심히 봤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점은 한식당은 대부분의 직원이 한국인이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은 한식당 대비 외국인이 많았다.
나는 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지역 이동은 없었고 면접은 총 6번 정도 봤다. 그중 3곳에서 일을 했는데 첫 번째 직장이 한식당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하루 만에 도망쳤다.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음 그래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곳이 있을 테니까, 다만 그곳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공고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직장부터 스시집에서 일했는데, 그 지역 내 꽤 큰 규모로 여러 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었고 난 대형쇼핑몰 내의 지점에서 근무를 했다. 직원도 한국인, 일본인, 필리핀인, 브라질인 다양했다. 영어로 간단하게 주문을 받는 것부터 스시 만드는 법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이곳 매장에서 익혔던 것 같다. 그리고 브라질 친구가 영어를 참 잘했는데, 그 친구가 주문받는 걸 유심히 봤다가 그 멘트를 기억하고 있다가 손님에게 써먹기도 했다.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만 호주 경력이 없던 나에게 경력을 채워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세 번째 직장이자 마지막까지 일한 곳은 스시트레인(회전초밥집)이었고 규모는 앞서 근무했던 곳보다는 작았지만 내가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곳인 만큼 내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바로 앞이 바다라서 쉬는 시간이면 경치를 구경하거나 드러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환경적으로 나에게 가장 잘 맞았다.
세 번째, 손님의 비율은 90% 이상이 외국인일 것
내가 한식당에서 일하지 않았던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한데, 생각해 보면 일할 때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손님일 것이다. 그래서 한인 잡을 구하게 되더라도 손님이 외국인이면 영어를 사용하는 빈도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면접 전 염탐을 갈 때 손님의 비율 역시 확인했다.
손님이 외국인일 경우 나는 영어로 응대할 테고, 혹시 내가 모르는 것을 질문해 와도 매장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한국인일 테니 정 안되면 관리자가 왜 있겠나? 관리자에게 바로 넘겼다. 단, 같은 문제로 두 번 넘기지는 않았다. 일하면서 틈틈이 옆 친구들이 응대하는 법을 보고 새로운 단어는 그때그때 공부했다.
그러니 한인잡이라고 무조건 영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빈도가 조금 줄 수는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살 생각이 없었다. (웃음)
네 번째, 내가 사는 곳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일 것
이것도 내 주관적인 기준인데, 나는 일하는 곳이 가까이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일할 때는 일하고 싶고 놀 때는 놀고 싶다는 내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일단 나는 한국에서도 일하는 곳이 가까웠던 역사가 없었다(웃음).
다섯 번째, 식사가 제공될 것
어찌 보면 제일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호주의 물가는 정말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식물가는 더 높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호주인들의 점심은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다. 홈스테이에 살 때 홈스테이 맘이 챙겨주던 점심은 대부분 과자, 빵, 과일 등 간단한 핑거스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 밥심으로 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서 밥을 제공해 주는 것이 큰 메리트가 된다.
첫 번째 매장은 하루 만에 그만둬서 잘 모르겠지만 퇴근할 때 밥을 포장해 주긴 했었다. 두 번째는 별도의 식사제공은 없었고, 스시 한두 개 정도 집어먹을 수 있었지만 조금 눈치를 봐야 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일했던 세 번째 직장은 스시 3 접시, 핫푸드 1개를 제공했고 마감까지 근무하면 남은 스시를 포장해 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건 아보베이비롤이었는데, 퇴근하고 신라면이랑 먹으면 참 맛있었다.
여기까지가 호주에서 내가 일을 구할 때 고려했던 다섯 가지였고, 이 기준은 일하면서 추가되기도 했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일 수 있다. 각자의 상황과 기준은 모두 다르기에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호주워홀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