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구조는 조금 특별하다.
모든 문에 이중으로 잠금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앞문도, 차고문도, 테라스 문도 모든 곳엔 이중 잠금장치가 되어 있다.
우리 집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매우 당황해한다.
그리고 그 잠금장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한번 더 당황해한다.
그 잠금장치는 일부러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게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나 쉽게 풀거나 잠그면 본 목적을 채우지 못하니 말이다.
왜 우리 집에 이런 잠금장치가 있나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최근 남자가 여행 중이던 여자를 집 안에 가두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스릴러 영화를 발견한 적 있다. 물론 우리 얘기에 해당되진 않는다.
우리 가족 첫 애는 자폐 스팩트럼 장애가 있다. 자폐 증상 중 하나로 우리 애는 달아나는 버릇이 있다. 미국에선 이를 Elopement라 부른다.
주차장이든, 강가든, 집이든 틈만 나면 멀리로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자폐 다큐를 보니 어떤 자폐 아이들은 광활한 공간이 자석처럼 자기를 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나방이 불을 쫒듯이 넓은 공간에 몸이 이끌려가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자극을 느끼는 건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달아나는 행위는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강으로 뛰어들려 한 적도 있고, 빠르게 달리는 차도에 뛰어들 뻔한 적도 있다. 아이가 차도로 뛰어들 때 아이의 뒷모습이 당시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한 발짝만 더 늦었어도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우리는 집에서 이중 잠금장치를 하는 것을 까먹을 때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집 안에 평소와 다른 정적이 흐를 때면 우리는 소름이 끼친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이다.
나와 아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아스팔트 바닥에서 맨발의 질주를 한다. 일곱 살인 아이는 깔깔거리며 매우 빠르게 달린다. 아이를 겨우 잡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많은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헉헉거리는 내 숨소리와,
맨발로 뛰어서 그대로 전해지는 내 허리의 통증과, 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 번은 아내가 울면서 내게 전화를 했다. 내가 없던 사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거였다. 속옷만 입고 있던 아이는 집에서 100미터를 넘게 뛰어가 차도에 우뚝 서 있었다.
놀란 사람들은 양쪽 차선에 차를 멈춰 세우고 내려 아이에게 엄마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팬티만 입고 있던 아이는 말을 할 줄 몰랐다.
멀리서 나의 아내는 그 광경을 보며 허겁지겁 달려갔다고 한다.
아이는 언제쯤 뛰쳐나가는 습관이 사라지게 될까?
아이는 우리에게서 도망가는 이 질주를 놀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오늘도 우리 집의 문들은 굳게 잠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