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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피리부는 사나이, 방정환

<우영우> 9화는 제목이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굉장히 이색적인 스토리 전개였다.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 처럼 시작했다가 '사상의 자유'까지 나가다니, 이 작가의 뇌구조에 대해 정말 감탄했다.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아이들 백여명이 통째로 마을에서 사라진다. 이야기는 이렇다. 마을에 쥐떼가 출몰하자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다. 한 남자가 마술 피리를 불어 쥐떼를 강물로 몰고가 익사시킨다. 그러나 마을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 화가 난 남자는 다시 한 번 피리를 불었고 아이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남자를 따라 어딘가로 가버린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는 피리부는 아이들의 모티브를 참고한 듯 보이지만 도입부의 학원에 가야할 아이들을 산으로 데려가 신나게 놀았다는 부분까지만 그렇다. 그 뒤의 이야기는 소파 방정환 선생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고 자신을 밝힌 방구뽕씨는 방정환 선생의 현현인데,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고, 무엇보다 최초의 어린이 운동단체 '색동회'를 만든 사람이다. 방정환은 색동회의 초대 회장이었다. 방구뽕이라는 이름은 개명한 이름인데 일가를 새로 창립한 것이 아니라면, '방'씨 성을 쓰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방정환'의 후손이다.


무엇보다도 31세에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방정환 선생의 기일이 7월 23일 이었다. 며칠 전 토요일이 방선생의 서거 91주기 기념일이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9화였고, 상영일이 7월 27일이었다.

우영우 9화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런 의미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의 기일에 바치는 헌정 드라마, 오마쥬였다.


방정환 선생의 호 '소파'는 작을 소에 물결 파를 쓴다. 어린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을 남기고 싶어서 그리 정했다고 한다. 방구뽕씨의 마음과 비슷하다. 방정환 선생은 사회주의자이자 동학교도였다. 동학의 후신인 천도교 교주 손병희의 사위였고, 천도교 잡지 '개벽'에 사회주의 계급투쟁을 호소하는 우화를 연재하기도 했고, 어린이의 권리를 옹호하기도 했다.


동학은 인내천 사상, 즉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생각을 핵심으로 하는데, 그에 따라 어린이도 곧 하늘이 되는 것이다. '물타아' 사상을 동학은 가르치는데 아닐 물, 때릴 타, 아이 아, 아이를 때리지 마라는 것이다. 서양의 어린이에 대한 생각은 '미래의 주인공, 미래 꿈나무'라는 것인데 반해, 어린이에 대한 우리의 사상은 어린이도 다른 모든 존재와 더불어 하늘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뿐 아니라 밤10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은 동학이 금지한 '타아', 아이를 때리는 것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딱 그렇다. 물리적 체벌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꿈을 획일화하고 상류대학 진학이라는 획일화된 꿈을 위해 동심을 저당잡은 채 과중한 학습노동으로 내몬다.


태아도 생명이라며 낙태까지 죄악시하는 기성세대들은 막상 아이가 태어나면 이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남보다 좋은 시험 등수를 받아야 하고, 한 등급이라도 더 좋은 등급의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의 당장의 행복과 건강과 기쁨을 주장하는 것은 반역의 사상일 수 밖에 없다. 정말 소름을 돋게 하는 신들린 이야기 전개이다.


광주 대동고 시험지 해킹사건, 정말 그 학생들만의 문제이냐 생각해  보아야 하고, 이제는 진보정치인들의 입에서도 듣기 힘든 말이 되어 버린 이 단어들을 다시 꺼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입시폐지/대학서열화폐지/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대학까지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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