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나
최근 예능에서 본 장면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한 뮤지컬 작가가 뉴욕의 작은 서점을 찾는 모습이었다. 나 또한 잠시 들렀던 곳이라 화면 속 풍경이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왔다. 작가분은 어릴 적부터 활자중독이라고 불릴 만큼 책을 사랑했다고 한다. 오전에는 한글 책을, 오후에는 영어 책을 읽는 그의 삶의 루틴을 보며, 오랜만에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하고 단단한 기운이 있었다.
나는 최근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의 순간을 경험했다. 번역을 맡았던 의료진 대표 세 사람이 주말에 모여 전체 파일을 마지막으로 검토했다. 페이지 하나하나를 맞춰 가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힘겨운 과정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번역만으로도 이토록 어렵다면, 창작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더 큰 고통과 열정을 요구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끝내 세상에 나오고, 독자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그 힘이 있기에 사람들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또다시 써 내려가는 것일 터다.
누군가는 활자를, 누군가는 무대를, 누군가는 음악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쌓여 삶을 지탱하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책과 글, 사람과 세상, 무대와 음악. 그 모든 것이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