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접을 앞둔 밤이다. 서류를 다시 한번 훑어보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머릿속은 자꾸 지난주 여의도의 저녁 풍경으로 흘러간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한 일식 저녁, 따뜻한 라테 한 잔,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기념품까지 — 평범한 하루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통계를 전공한 친구에게 연구 이야기를 꺼내니, 언제나 그렇듯 대화는 데이터와 변수, 그리고 미래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서로의 길은 달랐지만,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야기 끝에 나는 문득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내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될 케냐 모성신생아 전문기관 신설 프로젝트에 소아감염 교육 분야로 참여하게 될 것 같다고. 그 말을 하며 나조차도 믿기지 않았다. 케냐—그곳은 아직 나에게 지도 위의 점일 뿐이다. 비행시간이 몇 시간인지조차 아직 모른다. 그저 상상 속에서만 그려본 야생의 기린과 붉은 흙길, 그리고 그 위에서 뛰어놀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런데 케냐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오지의 상징이 아니라고 한다. 아프리카 동부의 IT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고, 우리나라 카이스트(KAIST)를 모델로 한 케냐 과학기술원(Kenya-AIST)이 4년 만에 완공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세상은 늘 예측할 수 없고, 미래는 언제나 안갯속에 있다. 그러나 그 안개 너머에는 분명 새로운 길이 있다.
오늘 밤, 2차 면접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이 감정도, 어쩌면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한 치 앞을 모를 내일이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