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급을 하면서 연구실 공간이 바뀌었다. 똑같은 공간크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작아진 연구실 공간이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느낌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이전 연구실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여유로운 자리와는 사뭇 달랐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테트리스하듯 여러 가구를 이리저리 맞추어놓으셨는데, 그래도 가구는 요리조리 버리지 않고 다 배열이 되었다.
그런데 짐을 옮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가져갈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없어도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사를 하게 되면 보통 짐정리를 하게 되면서 많이 버리게 되지만, 정리가 끝난 공간은 놀라울 만큼 미니멀했다. 단순했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으니 시선이 덜 분산되고, 머릿속도 한결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마음이 허해서 물건에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 없구나.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쌓아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공간은 채워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어수선해졌던 것 같다. 이번에 줄어든 공간은 그런 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작아진 연구실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가볍고, 또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