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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상담실장들의 이야기

상담실에서 기적을 만들어라

    

실장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담실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소위 ‘말발로 꼬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말재주가 좋지 않거나, 성격이 세일즈에 맞지 않아 고민이라고 한다.


나는 실장으로 일할 때 직원들에게 이렇게 고백하고는 했다.

“나는 사실 낯가림이 심해. 내성적인 사람이야.” 

그러면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실장님이 내성적이라고요? 그럼 마술은 어떻게 하셨어요? 고객들이랑 엄청 친하시잖아요. 하하.”

만약 자신의 성향이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실장들이 보고 있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실은 내성적인 것을 알았으면 한다.

대부분의 실장은 자기 말만 하기 바쁘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실장이란 말재주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지 않는다.

생각해 보자. “꼭 팔아야지!” 하는 태도로 말하는 사람에게 쉽게 내 문제점과 고민을 이야기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는 ‘말발’이 좋지 않은 덕분에 상담을 더 잘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날은, 한 고객이 아들과 며느리를 동반해 방문했다.

“100% 확신할 수 있어요? 만약에 잘 안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요? 그럼 그때는 어떻게 재수술하는데요?” 

그 고객은 계속 부작용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그래서 확신할 수 있어요? 안되면 어떻게 해요?”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어떤 것이든 100%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은 답을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OO 님 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제가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늘 저를 지켜주는 방패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걱정부터 했었고요. OO 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네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어려워하는 것일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분은 남편이 안 계신 상황이었고, 그와 비슷했던 나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해드리자 의심의 질문을 멈추고 수술을 결정하셨다.     

하루에도 당황스러운 상황들을 수없이 맞닥뜨리기도 했다.

여러 개의 진료실이 열리는 날은 한쪽에서는 불만 고객을 응대해 달라고 부르고, 한쪽에서는 상담해달라고 불렀다. 또 다른 층에서는 대표 원장이 찾는다고 하고 한 직원은 ‘누구 때문에 일 못 하겠다.’고 울면서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터라 고객 응대조차 두렵기도 했다.     


어떤 날은, 고객이 진료에 대한 불만으로 진료비를 내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고객은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기 때문에 진료비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원장은 다시 한번 진료를 본 후 고객에게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고객은 마음이 상한 상태였다.

나는 원장과 고객 사이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했고 결국 고객은 진료비를 내지 않고 가버렸다.

소통을 잘 도와드리지도 못했고 수납에 대해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도 못했기에 ‘실력 없는 실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오는 내내 울었던 경험도 있다.

그렇게 어려운 불만 고객을 다른 실장들보다 더 자주 대했고, 매출도 신경 써야 했고, 고객과 직원 사이에서 열심히 일했음에도 욕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을 지나며, 때로는 반찬을 만들어 오시는 고객을 만나는가 하면 싱싱하게 주고 싶다며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오후에 본인 마당에서 딴 감을 한 바구니 들고 오는 고객을 만나기도 했다.


친구가 “오은정 실장 찾아가.”라고 소개했다며 이름을 외워오는 고객도 생겼다.

낯가림이 있던 나는 그런 어려움과 감사함을 발판으로 조금씩 더 성장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실장들을 교육하며,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실장으로 일하며 겪은, 울고 웃고 때로는 소리 지르며 싸우기도 했던 다양하고 진한 일들. 

그리고 나니 이런 경험들을 통해 실장들을 도와주는 일이 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실장이 된 것이 아니라 “사명”이라고 생각해 보자.

피부가 좋아져서 행복하고, 날씬해져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하는 상담은 피부에 자신이 없어 사진 찍기를 마다하던 고객이 기꺼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연애를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취업 때 도움이 되기도 하며, 식사가 편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어떨 때는 탈모나 비만 등으로 마음의 병까지 생긴 이들을 치유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확신하며 자신 있게 말해보자. 이걸 하지 않으면 손해란 걸 자신 있는 눈빛으로 알려줘라.

실장이 하는 상담은 한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그동안 비용 상담만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사명감으로 이야기하라.

“안녕하세요. oo 님의 미래를 돕는 상담실장 ooo입니다.”       


   https://youtu.be/Fdr4nMf6O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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