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를 자유

by 서완석

교수라는 이름으로 살던 시절,

쉬는 것조차 죄스러워 설날에도

연구실 불을 켰다.


정년퇴임 후,

작은 방 하나 얻어

나를 가두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생각이 나를 놓아주는 시간.


아무 때나 일어나,

아무 때나 먹는다.


비로소 생을 찬양하게 되었다.


게으름은 내가 살기 위한

마지막 저항.


누가 나를 앞서가든

누가 나를 욕하든

그러라지 뭐.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지배하는 일,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이불의 폭신함 속에서

오동근린공원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커피 한 잔 기울이며

죄책감을 던져버리는 연습을 한다.


그래야 내가 살고

비로소 내가 선다.


아침 먹고

다시 잤다.


오후 1시 44분.


이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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