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자주 쓰일수록 본래의 문법적 틀에서 벗어나기 쉽다.
요즘 기사나 방송에서 “그 발언은 SNS에서 크게 회자됐다.”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귀에 익숙해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이 표현이 과연 올바른가를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이 문제는 단순한 맞춤법 논쟁이 아니라, 우리말이 지닌 능동적 표현 감각이
어떻게 변해 가는가와도 맞닿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자되다’를 틀린 표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미의 원형과 우리말의 감각에는 ‘회자하다’가 더 가깝다.
‘회자(膾炙)’는 날고기 회(膾)와 구운 고기 적(炙)을 뜻한다.
맛있는 음식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듯,
어떤 이야기나 이름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아 칭찬 속에 퍼지는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이미 이 단어 자체에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린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회자하다'만으로도 뜻은 충분히 완결적이며 자연스럽다.
[올바른 예시]
-“그의 일화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했다.”
-“짧은 한마디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회자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피동형 접미사 ‘-되다’는 보통 ‘누군가에 의해 어떤 상태로 바뀜’을 나타낸다.
그래서 ‘회자하다’처럼 이미 능동적 의미를 내포한 표현에 ‘되다’를 붙이면
의미가 한 번 더 겹쳐지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현실 언어에서는 ‘회자되다’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표현이 등재돼 있다.
이는 ‘누군가에 의해 입에 오르내려졌다’는 의미로 굳어진,
언중의 사용 습관 속에서 굳어진 피동형이라 볼 수 있다. 즉 ‘회자하다’가 의미의 원형에 가까운 표현이라면, ‘회자되다’는 실제 사용 속에서 굳어진 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교정을 볼 때, 가능한 한 ‘회자하다’로 고쳐 쓴다.
-유행하다 (O) / 유행되다 (X)
‘유행’은 자연스럽게 퍼지는 상태를 뜻하므로 능동형이 어울린다. “요즘 이 패션이 유행돼요”라고는 하지 않는다.
-논의하다 / 논의되다 (O)
‘논의’는 특정 주체가 어떤 안건을 다루는 행위를 뜻한다.
주체를 생략할 때는 “현재 이 사안은 논의되고 있다”가 자연스럽다.
‘회자’는 본래 의미상
‘논의’보다는 ‘유행’에 더 가까운 말이다.
그래서 ‘회자하다’가 더 자연스럽지만, ‘회자되다’ 역시 이미 사회적으로 굳어진 표현임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권장 표현: 회자하다
(입에 오르내리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되다)
-자주 쓰이는 표현: 회자되다
(표준어로 인정된 피동형)
[쉽게 기억하는 법]
맛있는 회와 구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이미 입에 오를 준비가 된 말이라면, 굳이 ‘되다’를 덧붙일 필요는 없다.
말이 스스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는, ‘회자하다’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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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는 브런치에서 30회째 연재 중인 〈聰明記, 출판편집 40년의 기록〉의 현장 메모에서 언어에 관한 대목만을 따로 추려 묶은 것입니다. 〈聰明記〉가 삶의 장면들이라면 이 매거진은 그 장면들 사이에 남은 문장의 잔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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