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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성동 Aug 01. 2024

어떤 대화

어른들은 몰라요!

핸드폰과 MP3 등 전자기기가 청소년 사이에 대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의 만화입니다.

지금은 아득한 세기말의 한때였네요! -1999년 월간 만화잡지 오즈










1999년 창간된 만화잡지 월간 ‘오즈’에 몇 회에 걸쳐 ‘교단 일기’를 연재했었다.

연재 후에 한 달쯤 지나 국민일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요즘 `착한 선생님' 소재 만화가 `인기'

입력 1999-01-26     

만화와 교사는 오랜 앙숙이다.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를 보다 들킨 경험이나 노트에 로봇을 그리려고 끄적이다 머리통을 쥐어 박힌 경험을 갖고 있는 보통의 한국인에게 만화와 교사의 앙숙 관계는 쉽게 이해된다. 만화는 교사에게 받은 이런 `박해'를 종종 교사에 대한 악의적인 묘사로 복수하곤 한다. 학교 `주먹' 간의 세력다툼을 기둥 줄거리로 하는 학원 액션 만화의 경우 학생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폭력 교사에 대한 묘사는 흔히 등장한다. 조직 폭력배와 연루된 교사(김병철 씨의 `떴다. 킬러')까지 등장했을 정도. 그런 교사가 우글대는 학교야 두말할 필요 없이 구속과 고통의 현장이다.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 `착한 교사'가 등장하는 만화 두 편이 눈길을 끈다. 만화가 서영웅 씨(24)가 `소년 챔프'에 연재하고 있는 `굿모닝! 티처'와 현직 교사인 황우 씨(37·본명 황 OO)가 그린 `몽달선생의 교단 일기'(`오즈').

`굿모닝…'의 주인공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출근하는 신세대 여교사와 4명의 학생이다. 어리숙하고 순진한 영민, 고교 재수생 치선, 반장 지연, 새침데기 주현 등 반 학생들의 캐릭터가 현실감이 있다. 에피소드는 잔잔하다. 시험과 자율학습, 체육대회, 축제, 방학 등 교내 일상이 소재다.` 고교 예비 소집일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오늘 같은 날, 나는 이런 불안한 날이 아주 싫다'는 영민의 내레이션 같은 섬세한 시선이 바로 `굿모닝…'의 매력 포인트다.

“만화 반을 하면서 유쾌한 고교 시절을 보냈어요. 물론 친구 문제와 서클 활동에 대한 집안의 반대, 교사의 눈총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게 현실이잖아요. 현실의 학교를 얘기를 하고 싶었죠”

아이들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10대로 변장까지 하고 나타나는 주인공 여교사의 캐릭터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 씨는 “이런 교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희망 사항을 담은 것이란다.

월간 `오즈'에 실린 `몽달선생의 교단일기'에도 학생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친구 같은 교사가 등장한다. 주인공 몽달선생은 청소를 거들어달라고 하면 “봉사 점수 주세요”라고 대답하는 요즘 아이들의 맹랑함에 놀라는 평범한 교사. 현직교사인 만화가 자신을 모델로 했다. `굿모닝…'이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교사상을 말한다면 `몽달…'은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교단일기인 셈이다.

평범하긴 하지만 몽달선생은 골초 학생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장에 원을 그리고 원 안에서만 담배를 피우게 하는 고육지책을 생각해 내는 유연함도 지녔다. 석고 데생 위주의 미술교육 같은 부당한 교육방식에는 흥분하기도 하고 “10대가 음란 비디오와 만화에 찌들어가고 있다”며 무조건 단속하기만 하려는 동료 교사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황 씨는 “만화가 꼭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학원만화를 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교사 만화가 황우 씨〉     

만화가 황우 씨는 서울 G고 미술 교사다. 교사 경력 8년째. 미대 출신의 그는 개인전을 연 화가이기도 하다. 만화가 경력은 지역신문 만평과 모 학습지 `교단 일기' 연재가 전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도 고작 2~3년에 불과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새삼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 만화 반을 운영하면서부터. 중학교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를 잊고 살던 그는 아이들과 함께 만화 작법서를 복사해 공부하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배경은 자연스럽게 학교가 됐다. 학교 현장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다. 서너 개씩 습작 만화를 그려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과 토론했다.

“아이들이 제 만화를 보고 구닥다리 그림에 설교조 만화라고 하더군요. 솔직한 평이었죠. 만화에서조차 무엇인가를 지시받는다는 게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겠습니까?”

그는 제자들의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는 대신 교단의 일을 일기 쓰듯 그려냈다. 부족하나마 제자의 평가도 좋아졌다. 10대인 제자들과 30대 후반의 그는 만화 취향이 물론 다르다. 그가 만화 반 토론 주제로 오세영 씨의 `부자의 그림일기'나 이희재 씨의 `간판스타'를 추천하면 아이들은 하품을 했다. 대신 아이들은 `슬램덩크' `언플러그드 보이' `짱' `힙합'에 열광했다. 학교 근처 만화방으로 출근하다시피 한 지 일 년 만에 그도 요즘 만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일본만화 `슬램덩크'의 데생력이나 `드래곤볼'의 상상력 같은 게 차츰 눈에 들어오더군요.`힙합' `언플러그드 보이'가 왜 인기 있는지도 이해하게 됐죠. 만화의 생명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재미 아닙니까?”

만화 속에서 교사가 악역을 도맡는 현상에 대한 현직 교사의 감상을 물어봤다. “답답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현실과 만화를 구분할 줄 알 테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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