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20세기를 지나온 80, 90년대생은 흔히 X세대라 불립니다.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적 문제를 위험을 감수하며 지키고 목격한 세대입니다. 근대적 계몽성과 교양을 지닌 주체적인 개인들이 모여, 집단의 힘으로 여러 문제를 극복해 낸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람에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200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21세기의 주역으로 자리 잡은 이들에게 AI는 주요 소통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된 시대에서 소통 자체가 때때로 공개된 ‘사회적 낙인’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은 이미 생태적으로 내재하여 있으며, 때로는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아찔한 감정이 나만의 과장일까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풍부한 개성은 그들만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불안의 눈빛은 기성세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인간적 연민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분석적이고 통계화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리적이고 집단적인 폭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위험에 덜 노출된 것 같지만, 감추어진 불안감은 오히려 더 깊을지도 모릅니다.
각종 서비스계통 알바 등 지극히 개인적 노동에 내 던져져 고된 삶의 무게를 그 불안과 함께 짊어진 세대라 하면 너무 큰 우려와 과장일까요?
내 작품에는 주로 동그랗거나 타원형의 도상이 나타납니다. 작품 속 의인화된 생명들은 흰색 얼굴에 옅은 오방색과 파스텔톤의 옷을 입고, 동심원의 눈을 크게 뜨고 있습니다. 만화나 동화 속 캐릭터처럼 예쁘고 귀여우며 화사한 기운을 내뿜기도 합니다. 때로는 장난꾸러기처럼 짓궂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귀엽거나 이쁘기만 하지 않습니다. 왠지 모를 슬픔을 머금은 눈동자와 아련한 몸짓, 불안정한 자세가 보입니다. 현실의 삶이 파스텔톤의 그리움처럼 부드럽게 펼쳐지지 않듯, MZ 세대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기대도 그들의 눈빛에 드러납니다. 우리의 일상 속 부조리와 불완전함이 투영되어 그들의 눈에 연민을 일으키고, 슬픔을 머금은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랍니다.
조화로운 화면의 아우라가 관객을 공감과 이해로 이끌어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하고, MZ 세대에게 여유로운 휴식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보는 이의 가슴에 삶의 은유가 비쳐 넉넉한 애정이 싹트고, 저녁노을의 휴식처럼 카타르시스 느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