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1931 ~ 현재
첫째, 절대로 역사로부터 빚을 지지 마라.
둘째, 네 스승을 닮지 마라.
셋째, 너희들끼리 닮지 마라.
전통이 빠진 개혁은 실패이며, 예술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예술에는 공식이 없다. 예술은 누구도 닮아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박서보 화가가 항상 제자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박서보 화가의 신조인 "변화하지 않으면 반드시 추락한다. 그 대신 변하면 추락한다"와 일맥상통하다.
처음 듣는다면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지만 박서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번 살펴보자
그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술도 오래 담글수록 좋듯이 숙성 기간이 오래 수록 좋은 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졸레 누보 같이 되려고만 한다.
그 햇술은 깊은 맛이 없다. 그런데도 전부 성급하게 햇술이 되려고만 한다.
그러니깐 변화해놓고 실패를 하는 것이다. 즉, 변화에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나는 변할 때 그 착상을 바로 발표하지 않는다.
내 화집을 보면 어떤 시대건 변할 때는 변화하기 위해서 현재 하는 것은 계속하면서 뒤에서 시도를 한다.
그래서 그 시도가 내 신체처럼 일체화되었을 때 과거를 중단하고 발표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주도적으로 하면서도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즉,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오랜 기간 계속해서 더 탐구하고 수행하고 고심해야 완벽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것은 뭐냐라는 질문에 이 시대의 그림은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은 작게는 개인의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크게는 한 시대의 산물이다.
지난날 아날로그 시대의 그림은 예술가가 그림 안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고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면 이 시대에는 치유의 도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표현은 안 하면서 손맛만 계속 쌓아 올린다. 계속 그레디에이션 해서 시간을 쌓아 올려가지고 쌓인 시간들이 흡인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며 쌓는 것 그리고 항상 변화하면서도 그것을 계속해서 고심하는 것, 박서보 화가는 이렇듯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구순에 이르렀다.
쉽게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작품에는 세월이 켜켜이 묻어있다.
남들과는 다른길을 성급해하지 않게 뚜벅뚜벅 걸어온 그의 걸음에는 작가 개인의 역사와 신념이 뚜렷하게 담겨 잘 숙성된 와인처럼 깊은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이러한 신념을 계속 지켜나갔기에 단색화의 거장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표현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박서보의 신념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모두가 이익만을 좇으며 살아간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그의 모습을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박서보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또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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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제갤러리]
[작품 출처: 월간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