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 2
외국 여행할 때 가장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으로 햄버거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팁 문화가 자리 잡은 외국에서는 식사 후 팁을 계산해야 하며, 음식을 주문할 때도 입맛에 맞을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햄버거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예측 가능하며, 팁도 필요 없어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햄버거 가게는 식사뿐 아니라 화장실 사용에도 유용한 곳입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햄버거 영수증에 적힌 화장실 출입용 패드락 번호가 더없이 유용합니다.
하지만 햄버거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또 다른 패스트푸드가 있습니다. 바로 ‘써브웨이(SUBWAY)’입니다. 외국에서 써브웨이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꽤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뉴 자체는 좋아해도, 주문 절차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써브웨이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써브웨이에서의 주문은 마치 영어 구술시험과도 같습니다. “Hello sir, are you ready to order? “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긴장이 시작됩니다. 주문 과정에서 잠시라도 머뭇거리거나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점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기 마련이지요.
첫 번째로 선택해야 할 것은 빵의 사이즈입니다. 6인치로 할 것인가, 12인치로 할 것인가. 그런데 12인치를 표현하는 말이 ‘footlong’(발길이:30.48cm) 이라니, 미국에서는 미터법 대신 피트와 인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다음은 여러 종류의 빵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름도 낯선 빵 중에서 고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면 이제 속 재료를 고를 차례입니다. 치킨, 참치, 다양한 야채 등등. 무엇을 넣을지, 넣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다음으로는 데울 것인지, 그냥 먹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소스를 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주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계산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써브웨이에서 주문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문장은 “I would like to have~”로 시작하면 무난합니다. 혹시라도 외국에서 동양인을 영어 면접을 볼 기회가 있다면, 써브웨이 매장에서 주문하는 것으로 면접을 대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매장 점원과의 소통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을 평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부모님이나 우리나라 영어 학원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영어 실력이 궁금하면 외국 여행 시 맥도널드 대신 써브웨이에서 주문을 시켜보라는 조언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보다 더 빨리 영어 실력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써브웨이에서의 주문 경험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 그 이상입니다. 그곳에서의 주문은 영어를 배우고, 문화의 차이를 느끼며, 한층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