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 4
지난여름에 시카고를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시카고까지의 거리는 약 10,000km가 넘습니다. 이렇게 멀리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우리가 아는 참새들이 똑같은 울음소리로, 똑같은 모습으로 이 숲 저 숲을 부지런히 무리를 지어 옮겨 다닙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참새는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한국처럼요.
참새도 이민을 왔을까요?
미국 참새는 부리도 길고, 눈도 들어가 있고, 울 때도 뭔가 영어식으로 울며, 색깔도 동양 참새와 달리 서양 참새로써 흰빛이 많이 나는 그런 참새일 줄 알았는데, 우리가 들판에서 보는 참새와 너무나 똑같아서 신기할 따름입니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도 한국과 똑같은 모습이고, 청설모도 보이고, 심지어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도 보입니다. 모기도 있고, 파리도 있고, 매미도 웁니다.
매미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선 거의 한 종류만 우는 것 같습니다. ‘맴맴맴’ 하고 우는 매미가 아니라, ‘매롱 매롱’ 어떤 사람은 ‘때롱 때롱’, 또 어떤 사람은 ‘씨렁 씨렁’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매미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예전에 가끔 미국에서 왕매미 소리도 들었는데, 근처에서는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네요.
미국 매미와 한국 매미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매미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철저히 지켜서 우는 것 같습니다. 새벽에는 절대 울지 않고, 오전 9시쯤 울기 시작해서 오후 5~6시쯤 되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 귀가(?)합니다. 미국 매미는 가정에 충실합니다. 야근이 없습니다.
미국 매미는 ‘7-일레븐’이 아니라, 딱 ‘9 to 5’를 지키는 셈이죠. 우리나라 매미처럼 새벽에 스토커처럼 방충망에 매달려 잠을 깨우거나, 한밤중 가로등 밑에서 철야로 울음 시위를 하는 그런 ‘거친’ 매미는 절대 없습니다. 소리도 온화하고 , 억지로 악을 쓰거나 고함치는 느낌도 없습니다. 한국 매미들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해야 대접받는 한국 생활에 적응되어, “나 좀 봐달라”라고 생떼를 부리며 우는 것과는 다르게, 미국 매미는 한 옥타브 낮게, 귀에 거슬리지 않게 예의를 지키며 부드럽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모기들도 주로 숲 속에서 서식하며 청정 이슬을 먹고사는 것 같습니다. 집 안까지 들어와 사람을 집요하게 물어뜯는 독한 모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들판에 난 풀들도 우리 시골 들판에서 보는 잡초들과 거의 똑같습니다. 질경이, 쑥, 억새, 민들레, 고사리 등 이름 모를 풀들이 우리가 어릴 적 시골에서 봤던 잡초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신기합니다. 왜 사람만 이렇게 모습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까요?
왜 동양인이 다르고 서양인이 다르고 아프리카 사람이 다를까요?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들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모양도 같고 울음소리(언어)도 같은데 말이죠.
사람만 왜 이렇게 유별나게 모습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까요?
음식이 달라서일까요?
환경이 달라서일까요?
그렇다면 왜 참새는, 왜 들에 있는 풀들은 그렇지 않은 걸까요?
아무리 피부색이 달라도 인간이라는 사실은 동일하며, 그 피부 아래에 흐르는 붉은 피는 같으니 그것으로 퉁쳐야 할까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가 안 될 때 가장 쉽고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결론은
하느님의 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