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표현
발달센터에서 내관하는 아동의 심리상태와 더불어 부모의 양육태도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그 과정을 통해 아동의 양육 환경이 미친 영향과 적절한 수준의 양육태도와 과하거나 부족한 영역의 양육 태도에 대해 돌아보고 부모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조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양육태도에는 지지 표현, 합리적 설명, 성취 압력, 간섭, 처벌, 감독, 과잉기대, 비일관성 이렇게 8개 영역이 있다. 각 영역을 보면 어느 정도 “이런 내용이겠구나.”라고 추측은 가능하지만 그 추측만으로 정확한 이해는 어렵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부모로서 내 모습을 점검하기 위해 한번쯤 검사를 받아본다면 나와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관에서 심리검사와 부모 양육태도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상담을 하면 부모님과 아동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반응과 보고를 듣게 된다. 양육태도 검사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8가지 영역에 대한 기본 정보와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겨 보려 한다.
오늘은 양육태도의 첫 요소인 지지 표현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지 표현은 자녀에게 애정을 많이 보이는 정도를 평가한 결과이다. 검사 시 점수가 높을수록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낮은 경우는 애정표현을 자제하거나 적게 하는 편이다. 이 영역의 점수가 높으면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면(상위 5% 이내) 너무 애정적인 양육방식을 보이기 때문에, 자녀의 울음이나 고집에도 자주 굴복하게 되어서 자녀가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지 표현은 75% 전후가 이상적인 백분위 점수이다.
(지지 표현 “상”의 경우)
이런 경우의 아동들은 교육기관을 이용하면서 갈등을 경험하고 적응의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어려움으로 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들은 교육 기관을 이용하면서 주양육자인 부모 외의 “교사”라는 대상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지 표현을 많이 하는 부모님과 달리 교사의 지지 표현이 부족할 경우 아이는 집단 활동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수준의 지지 표현이 없을 때 쉽게 활동을 포기하거나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집단에서 벗어나거나 활동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고집을 부리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기관 등원이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의 입장에서는 주양육자인 부모와 다른 대상의 대처에 실망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대상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건강하게 적응하기 원한다면 적절한 수위의 지지 표현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의 등원 거부나 등교 거부는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내 아이가 너무 많은 지지 표현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에게 모든 사람이 엄마, 아빠와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부모 역시 가정에서 아이에 대한 지지 표현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적절한 수준의 지지 표현이 이뤄진다면 아이는 사회성이 발달하고 자신이 경험하게 되는 여러 사회적 관계 속에 잘 성장해 갈 것이다.
지지 표현은 부모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의 경우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지지 표현, 아이가 지지 표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어야 한다. 상담 과정에서 보면 아빠들의 경우 무뚝뚝한 분이거나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분의 경우 지지 표현이 너무 담백해서 아이가 그 표현을 지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과한 리액션을 하며 아이에게 지지 표현을 전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는 언어적인 지지 표현이 많아지는데, 그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칭찬과 지지가 도움이 된다. 지지 표현을 너무 가볍게 하지 말고 아이를 관찰하며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 아이가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인식하고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전에 상담을 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아이와 아빠의 검사 결과가 너무 달랐었다. 아빠는 아이에게 지지 표현을 97% 정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아빠가 자신이 하는 많은 것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아이의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상담을 진행했더니 아빠가 너무 쉽게 칭찬을 한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가듯 “어~ 잘했네.” 그런데 아이는 이것을 지지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관심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렇듯 부모가 내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조차도 어쩌면 부모만의 생각일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한 파악이 된다면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태도를 수정할 수 있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지 표현 “하”의 경우
지지 표현이 수준이 낮은 경우의 중 40%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면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모가 자녀에게 애정 어린 감정 표현을 적게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경우 부모가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을 경우가 많다. 부모의 기대 수준이 높다 보니 아이에게 칭찬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부모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는 부모의 기대감을 느끼고 부담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지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긴장하여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의 여러 능력에 적절한 수준의 기대를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고 지지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양육자의 성향이 사려 깊고 과묵한 경우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성향이 그렇다고 해서 아이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양육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도 부모로서 자라 가기 위해 아이의 감정 수준에 맞추어 애정표현을 하려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어쩌면 부모도 자신의 오래된 모습과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려울 것 같다고 표현하는 부모님들도 계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세 자란다. 지금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시기고, 나중에 후회가 남아도 되돌릴 수 없으니 노력해 보시고, 그 노력 과정에서 부모님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행복을 경험하시길 바라며 늘 상담을 하고 있다.
양육태도 검사를 하면 많은 부모님들이 후회도 하고, 울기도 하신다. 부족했던 부분들 때문이다. 몰라서 못한 부분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바꿔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린 검사를 하고 있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출발선 말이다. 검사 수치는 현재의 수치다.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현재의 수치로 힘들어하지 말고 개선 노력 후의 수치와 변화로 즐거워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