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8 개월을 다녔던 공사에서 만 65세가 되어 퇴직을 했다. 33년 다녔던 은행, 4년 동안의 금감원과 KB공익재단의 경제교육 강사, 그다음으로 공사를 다녔다. 중도에 일과 사람 때문에 힘들 때마다 아내에게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내는 늘 그만두라고 했지만 훗날 나 스스로 그만둔 것에 후회할까 봐 참고 계속 다녔다.
그런데 중 작년 9월에 몸이 떨리는 증상이 생겨 인근 중소병원에 갔더니 부정맥이라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힘들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인근에 자주 가는 의원의 원장님이 우리 아버지가 이런 경우라면 대학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받도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하게 되었다.
부정맥은 스트레스가 원인 중의 하나였다.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고 일과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학병원 검사결과 부정맥은 맞는데 대동맥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대동맥에 대한 검사를 많은 시간에 걸쳐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동맥류라는 병이다. 대동맥이 정상보다 커져서 수술을 해야 하는 시기가 지났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고 있으면 대동맥이 파열하거나 찢어지면 바로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대동맥의 원인이 유전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심적 부담과 1백만 원에 해당하는 검사비로 마르팡증후군 검사를 했다. 다행히 아니라서 아들과 손녀에는 유전되지 않는 것으로 안심하게 되었다.
공사 근무 계약기간이 약 9개월 남은 시점에서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나는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 내년 1월에 수술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3개월마다 더 나빠지는지를 확인차 병원의 점검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10윌부터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몸에 부담이 와서 더 이상 무리하다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2개월의 휴가를 내서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이 끝나고 한 달이 넘게 지나서 지난 29일에 퇴임식을 해 준다고 다녀가라 했다. 계약기간이 만65세되는 시기가 와서 몇 가지 서류에 자필이 필요하기도 했다.
나는 퇴임식은 필요 없고 인사만 하고 오겠다는 미리 말씀드렸다. 그리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예상한 것처럼 연금신청고객이 많아서 두 명의 직원이 나 혼자 하던 일을 해서 목표는 달성했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한 명은 대상포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젊은 직원은 실장님이 아픈 것은 우리 지사에서 이 일을 혼자 하다가 병이 난 거라고 산재에 해당된다고 했다. 대상포진에 걸린 직원은 직접 해보니까 실장님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의 적절한 판단과 적절한 타이밍으로 수술도 잘되고 실적도 달성하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원들이 모두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준비한 퇴임식이 좋은 마무리를 하는 것 같아 아쉽기 보다 기뻤다.
마지막으로 직윈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세 가지와 감사패와 사진촬영으로 나는 떠났다.
나의 마지막 말:
1.저의 심장 수술은 잘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만되면 되니까 염려 안하셔도 된다.
저는 지사가 처음 개설된 때부터 계속 있었지만 많은 직원들은 왔다가 갔다. 그중에 친했던 직원, 첫인사 끝인사만 하고 간 직원, 사이가 안 좋은 직원도 있었지만 그건 직장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최근에 함께한 좋은 지사장님. 팀장님, 팀원들 때문에 이렇게 좋은 마무리를 하게 되어 감사하다.
2. 일은 최선을 다 했다. 나의 최선이 직원과 고객분들에게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연금업무를 혼자 다 감당해야 해서 내 스타일대로 열심히 했다. 연금실적 때문에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고,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고객에게 무릎을 꿇기도 하고 쌍욕을 듣기도 했지만 큰 문제나 민원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3. 살다 보면 예기치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때 시간의 힘을 믿고 잘 견뎌내면 훗날 뒤돌아보면 그런 내가 대견하기도 하더라. 그리고 나는 원하는 것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다 이루었다. 여러분도 참고하셨으면 한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