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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있는 것이 요행인지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월정사에 모셨습니다

by 윤병우

"깨똑~~!" 이른 아침에 카톡 소리가 울렸다.

"고 김oo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아래와 같이 부고를 전해 드립니다."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의 부고장이다.

'설마 김 씨 성을 가진 어떤 친구의 아버지이겠지?'

고인이 친구의 이름과 같아서 설마 하면서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삼가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연달아 댓글이 올라왔다.

'그럼 정말 내 친구 김oo가 죽었단 말인가?'


"10월 9일 산에 갔다가 따온 버섯을 먹고는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버섯을 함께 먹은 부인도 위독한 상태라고 하는데 부디 쾌차하시길 기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다른 댓글을 보니 친구가 확실하다.


'평소 건강하고 등산도 잘하는 친구로 알려져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당황스럽고 황당하다.

나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졸업 후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매 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안부 문자가 왔던 친구다.


"뭐가 급해서 이래 빨리 갔나 이 친구야.

삼가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카톡에 댓글을 올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부인과 두 딸은 서울의 본가에서 살고, 올해 초부터 부산의 모 회사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한글날 등산을 갔다가 실수로 독버섯을 채취해서 부산을 방문한 부인과 함께 잘 못 먹었던 것이다.

잠시 후 복통이 일어나 구급차로 두 사람이 함께 사상의 모 병원으로 실려가서는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고 한다.


버섯은 종류가 다양하고 유사하게 생긴 독버섯이 많아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올 해는 유달리 송이버섯이 비싸다고 하는데, 독버섯을 송이로 잘 못 알고 먹지 않았나 생각된다.

버섯 독은 워낙 강해서 독버섯을 먹은 사람은 살아난 경우가 잘 없다고 한다.

독으로 간과 신장이 손상돼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해운대 모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하던 친구는 엿새만에 62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다.

술을 먹지 않고 버섯만 먹은 친구 부인은 3일을 더 버티고 8일 만에 결국 남편 곁으로 떠났다.

4일간의 장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에 부인은 빈소도 차리지 않고 가장 빠른 화장장을 찾아서 친구와 함께 떠났다.


장례 며칠 후 동기회 단톡방에 친구의 딸로부터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김oo의 자녀 oo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월정사에 모셨습니다.

톡방에 진주고라고 되어 있는데 아버지가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던 분들인가 봅니다.

아버지가 진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습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분들이 많은 것 같아 저의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저에게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단란하게 잘 살아가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한 번의 실수로 친구 부부는 한 줌의 재로 변해버렸다.

삶이라는 것이 참으로 허망하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감사하고,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고,

하루 동안 무탈해서 감사합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는 지혜로운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주변에는 늘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이 요행인지도 모른다.

허상의 무지개를 쫓으며 괴로워할 시간이 없다.

소박한 마음으로 가까이 있는 파랑새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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