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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Aug 04. 2023

입시 카르텔은 누가 만들었나?

고무줄식 입시정책의 폐단은 누가 만들었나?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란 윤대통령이 처음 만들어낸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교육계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은 아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건대 예를 들면 예체능분야에서 흔히 과외강사-학생-채점교수 사이에 실기곡 유출이나 부정채점 같은 일들을 통해 서로 간 뒷거래가 드러나기도 했고 조국사태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지인과 인맥을 동원한 스펙 쌓기 등을 통해 수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이를 또 동료나 지인이 평가함으로써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예들이 물론 본래 기업들의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형성한 카르텔이 뜻하는 단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넓게 보아 카르텔이란 용어가 어떤 개인적인, 혹은 우연한 사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해 조직적인 세력이나 짜인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주체들이 배후에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적절한 예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서 해야 할 대책이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나 학원들에 문제를 돈을 주고 판 교사들에 대한 조사로만 끝나서는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문제의 근원을 성공회대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시험합격을 능력화하는 사회, 시험을 잘 준비하고 치르는 시험선수들이 학벌을 형성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와 고소득을 보장받는 사회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시험을 통한 선발은 어느 정도 필요악이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기업에서 소수의 인원을 선발하는 데 있어 수만 명이 응시한 경우 공정한 criterion을 적용해서 일일이 면접을 할 경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지 가늠할 수 없고 학벌에만 의존해서 사람을 뽑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이상 어느 정도 직업과 관련된 직무분야의 역량을 위한 서면 시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본다.  이와 같은 선발의 어려움은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입시과정에서 시험이란 제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모아지면 이제 남는 과제는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을 만들어서 특정한 개인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즉 수학적인 용어로 편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남는다. 이런 편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 '교육과정평가원'으로서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대하여 주관하고 이후 결과를 분석하고 다시 보다 공정한 시험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하는 부처다. 문제는 이런 기관조차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유력 언론에서 시험 관련 요구를 내놓을 때마다  평가원장이 문책당하고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어 흔들림 없이 시험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비롯된 사건이 2015학년도 '물수능'논란 이후 앞에서 지적한 이유로 평가원이 많은 비난을 받고 소위 학원가에서 작명한 '킬러문항'이란 고난도 문제들을 도입하여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고자 한 기조가 5년간 이어지면서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 점이다. 


시험은 어차피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고난도 문항까지 학생들의 시험점수가 정규분포에 가깝도록 출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들만 출제할 경우나 너무 쉬운 문제들만 출제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저하시키고 자신들의 상대적 위치를 몰라 학생들과 학부모는 불안을 호소한다. 이런 이유로 시험은 모든 난이도의 문제들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이후 그 집단의 상대적인 성취도에 따라 난이도를 조금 상향할 수도 하양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너튜브, SNS의 짤과 같은 짧고 자극적인 동영상에 길들여진 대다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지난 수년간에 걸쳐 저하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교실 수업의 고충에서 일반고 교사들이 수업내용을 줄이기를 원하는 통에 2009-교육과정에서 2015-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수학의 많은 단원이 누락되고 교육과정은 축소되어 시험 출제 범위는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원래 배우는 과정이 넓고 학습량이 많은 경우는 교과서 구석에서 학생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만한 내용이나 진도에 맞추다 보니 충분히 학습이 안되었을 것 같은 문제를 내서 정답률을 떨어뜨리는 기법을 쓸 수 있지만 지금처럼 어디서 출제할지가 예고되어 있고 수많은 모의고사와 사설 시험문제가 공개되는 마당에  이 좁은 영역에서 사교육의 영향을 피해서 적정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입시를 들여다보면 이일에 매달려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고 고교수학에 나오는-전문가가 보기에 비교적 간단한-내용들을 분석해서 문제를 보다 빨리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관찰들을 정리한 현*진같은 일타강사들이 고교 교사들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런 일들의 근원에는 이론적 내용에 대한 학습이 부진한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가야 하는  공교육 현장의 요구에 따라 이론적 내용들이나 대학에 진학해서 다시 배울 내용들을 공교육에서 배제하면서 오히려 사교육이 이런 내용들을 가르치고 선행학습을 통한 더 쉬운 문제풀이 방법을 알려주면서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없게 된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수능시험은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단답형으로 되어 있고 풀이과정을 요구하지 않아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선행학습이나 특별한 풀이법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없다. 따라서 '킬러문항'을 푸는 데 있어 비교적 간단한 특별한 풀이법이 존재할 경우 이러한 풀이법을 미리 인지한 학생들이 유리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이는 OMR카드로 답안을 작성하는 수능시험의 채점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데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만약 인공지능이 채점할 수 있게 된다면 고교에서 배운 내용만으로 답안을 서술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와 비슷한 주장을 최근에 아주대 박형주 석학교수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오늘날 과도한 사교육이 우리의 교육을 잠식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교육과정평가원이 변별력이란 단어에 집착하여 98%의 학생들이 풀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하게 된 폐해도 무시할 수 없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고 보인다. 30년 전 마지막 학력고사 문제들과 공개된 23년 수능 6모 문제들을 비교해보면 6모의 중난도 문제들이 학력고사 시절 가장 어려운 문제에 속할 만큼 현재 고교생이 감당해야 할 문제풀이훈련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지역간 학력격차나 소득계층간 학력격차도 고려하면 수능의 고난도 문항이 변별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전국단위 자사고 출신 학생, 내신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과학고 학생, 광역단위 자사고 학생들, 그리고 재수생들이고 이들은 모두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지금의 수능이 단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그리고 의약치한 학과와 비기인 이공계 학과의 구분으로서만 유의미하다면 이러한 출제와 운영 비용은 수능제도의 실질적 수혜자인 수도권 대학과 의약치한 학과들이 지불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시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란 본래의 의미를 되찾도록 최소한의 학력검증을 이한 역할로 되돌아가서 배운 학습내용요소를 수평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그 이상의 학생선발은 대학에 위임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어떤 특정한 직업군이 과도한 노동이익을 가져가지 않는 노동시장에 대한 균형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김동춘 교수의 지적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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