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사이의 라일락

-사연일가-

by 해고리

산 위로 얹어진 안개 사이에서 찾으려 하다 관뒀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고, 눈 한번 깜박이면 나올 것 같은데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너에게 받았던 라일락 꽃들은 시들어 향기를 잃었지만

그 꽃에선 보랏빛 향기가 났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너는 내게 보랏빛 향기가 짙은 라일락을 선물했다.

그 순간, 주변은 온통 라일락 꽃밭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고,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나타났다.

눈 한번 깜박.

나의 라일락 꽃밭은 안개가 되었다.

마주 잡은 두 손은 사라졌다.

마주 보던 눈동자 속에 내가 사라졌다.

떨리는 마음을 내게 안겨두고,

보랏빛 향기를 내게 남겨두고,

넌 짙은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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