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을 들여다볼 때

40대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by 바다가 보이는 곳

다른 누군가가 내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다. 나는 몸과 마음을 비우고 준비한다. 그 과정이 힘들고 괴롭지만 어쩔 수 없다. 일 년에 한 번은 꼭 해야하는 일이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날이다. 며칠전부터 아침에 밥을 할 때 잡곡을 빼고 백미로만 하고 있다. 그동안 잡곡만 주구장창 먹었는데 오랜만에 김이 뽀얗게 오르는 백미밥에 고등어를 얹어 먹으니 ‘존맛탱’이었다.


검사 전날 아침에는 흰 밥에 간장을 살짝 비벼먹고, 점심엔 빵 한 조각을 먹은 뒤 저녁 8시부터 본격적으로 장을 비우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해도 물을 500밀리리터씩 4통을 마시는데, 각 통마다 약을 한 포씩 넣어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매번 마실 때마다 여간 고역이 아니었는데, 약이 좋아졌는지 이제는 처음에만 한 포를 넣어 마시고, 그 다음에는 물만 마시면 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물은 여전히 네 통씩 마셔야 했다. 힘든 건 여전했다.


위내시경 검사는 전날부터 굶기만 하면 되는데, 대장내시경은 며칠전부터 식단도 조절해야하고 전날에는 항문 통곡의 시간을 겪어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5년에 한 번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해오고 있다.


검사 당일,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내시경 검사 대기실에 밑이 트인 민망한 바지를 입고선 앉아있었다. 잠시후 아내도 들어와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오늘은 꼭 버텨볼려고.” 내가 말을 꺼냈다.

“뭘”

“수면마취말이야. 다섯 셀 때까지 버텨볼려고.”

“나도 그거 해봤는데, 하나 하면 그 이후부터 기억이 없어.”

“나는 ㅅ ㅔ …… 까지는 해본 것 같은데.”

“아 받침까지는 못갔구나.”

“그렇지. 약물이 그래서 무서운거야.”

이런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팔목에 주사바늘을 꽂고는 대기실로 들어가 다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시후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라고 한다. 아내에게 엄지를 치켜들어보이곤 검사실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검사용 침대와 온갖 기기들을 보고 위축된 나는 겨우 좁은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웠다. 간호사들이 손끝에 (뭔가 측정하는 것처럼 생긴) 집게를 꽂아주고 이것저것 내 몸에 벨트를 감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준비가 다 된 후에는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내 이름을 묻는다. 괜히 그 친절한 목소리에 울컥한다. 나를 검사해줄 의사는 등을 보이고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아마 차트같은 게 아닐까. ‘자 이제 약 들어갑니다. 눈을 감으세요.’ 눈을 뜨고 있고 싶어졌다. 눈에 힘을 주……


“일어나세요.”

눈에 힘을 주려고 한 것까지만 생각나고 그 이후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대기실로 나와 널부러졌다. 잠시후 아내도 나와 내 옆에 널부러졌다. 우리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검진센터를 나왔다. 생각해보니 내 몸의 위아래를 마음껏 들여다보던 의사의 얼굴은 정작 한번도 보지 못했다.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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