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라고 쓰고 유니콘이라고 읽는다

40대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by 바다가 보이는 곳

엄마 친구 아들. aka 엄친아


우리의 학창 시절을 괴롭히던 라이벌.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상대가 안되었던 녀석. 알고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녀석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그 녀석. 만약 존재한다면 역대급 사기캐인 그 녀석.

사실 우리집은 딱히 누군가와 비교를 한 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가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그런 친구들이 존재하긴 하는 것 같았다. 나름 엄친아의 조건이 있는데, 일단 공부를 잘해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며, 잘생기고,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고,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학창 시절에 공부가 안될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과연 엄친아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인가. 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일단 반을 둘러보면 공부 잘하는 녀석은 꼭 있다. 한 반에 두세 명은 있다. 넓게 보면 다섯 명은 있다. 그런데 운동까지 잘한다…… 있다. 그런 친구들 꼭 있다. 공부잘하는데 운동도 잘하는.

이제 제일 어려운 조건중 하나인 잘생김이다. 다 까까머리에 여드름투성이다. 공부잘하는 놈들은 이래서 안된다. 하지만 그 중에 곱상한 놈이 있다. 얼굴 하얗고 부티나게 생긴 녀석. 스무 명중 하나쯤은 있다. 하지만 그놈이 운동도 잘하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다.

그 다음 조건들은 사실 증명할 방법이 없다. 지가 혼자서 일어나는지, 부모님이 줘패야 일어나는지, 말은 잘 듣는지, 아침식사와 함께 부모님 말씀도 먹어버리는지 알 수 없다.

여튼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런 놈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오면서 엄친아라는 존재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


어느날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는 사람 남편은 아이들과 매일같이 몸으로 놀아주면서, 아내의 모든 기념일을 완벽히 챙기고, 가끔은 서프라이즈로 명품을 사오기도 한다고.

하아…… 이젠 아남(아는 사람 남편)인가.

회사에서 나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안그래도 아내들이 그런 사람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공통된 증언은 인스타에 그런 남편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같이 일하고 숨쉬는 사람중에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오늘도 결론은 내린다. 그런 남편은 없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지는 않는다. 어릴때 ‘엄마, 그런 애가 어디있어요?’하지 않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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