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의 나? No, no - 그냥 나.
어렸을 때에, 대충 기억의 시작점에서 10대의 중간즈음 까지, 모든 아이들이 무언가에 꽂혀본 추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인 캐릭터의 여정에 이입하면서 읽었던 만화책 이라든지, 집 들어가는 길에 우두커니 서있던 인형뽑기 라든지, 아무도 모를 법한 것들을 디깅하면서 들었던 인디 음악이라든지. 스무 살 즈음이 되어 대학에 진학해 공부가 심화되고, 평생 살아왔던 부모님의 그늘과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우리는 서서히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됩니다. 어렸을 적 무한한 줄 알았던 친구들과 밤을 새며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냈던 나날들은 스물이 지나고 서른이 지나 점점 희미해져 가죠.
개인적으로 제 꿈이란 엄청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기로 맘 먹은 것에 있어서는 제가 뭇 사람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어엿히 1인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었습니다.
첫번째 목표는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을 시작한지 몇 년이 되고 옆에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 십 몇 년전에 저 스스로 순서 정리를 했었던 삶의 우선순위 라는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생일 혹은 크리스마스를 빌어 부모님께 5만원 짜리 게임 타이틀을 선물로 졸랐습니다. 왜냐면 다른 때에는 5~10만원 돈의 것을 쉽게 사달라고 말하기 죄송스러웠거든요. 참고로 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겠다고 학교 점심값으로 받은 돈을 6개월 동안 고이 모은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전 하루에 두 끼만을 먹으면서 버텼지만...
요즘 제 삶의 낙은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행위는 대상의 제한이 없습니다. 아이돌,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문학 작가, 영화 감독 등등 - 어떤 사람 혹은 것에 깊게 공감하고 내 안에 영감을 주는 것이라면 누구나 빠져들어 탐구하고 싶어지죠.
5, 10만원 돈은 생일날 조르고 졸라 받을까 말까 한 액수였다면, 지금의 저에게는 일을 쉬는 주말에 여자친구 혹은 저 스스로에게 선물차 꽤 손쉽게 쓸 수 있는 돈이 되었습니다 (물론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소비는 늘 마음속으로 지양해야 합니다!).
어렸을 적 즐겨했던 포켓몬 카드 게임, 쏟아져 나오는 작품성 높은 애니메이션, 또 어렸을 때 레이스 하던 캐릭터들에 몰입했던 미니카를 굴리는 것은 30대 중반인 제게 부메랑 처럼 돌아온 요즘 덕질의 대상 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렸을 적 푸욱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은 어느 것입니까?
여러분은 그저 나이가 들고, 성숙해져서 그것들을 이제 더 이상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가 퐁당 빠져 그때처럼 시간을 쏟아 행복을 느낄 만한 것들이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