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전화가 울리면 불안해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저장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혹은 반갑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당연히 나도 그러하다.
'누구지?'
'한 달 전에 통화했었네.'
어떨 때는 앞번호나 중간번호를 전화번호부에 검색해보기도 한다. 간혹 학부모님들 전화가 주말이나 저녁 늦게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아내와 개학 하루 전 각자의 시간을 갖자고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저장되지 않았지만 4개월 전에 통화가 된 번호다. 왠지 낯설지 않고 끊기기 전에 받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OOO님." 첫마디에도 누군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금세 내 얼굴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우연히 길을 걷다가 무심코 아래를 봤는데 샛노란 민들레 꽃을 본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 유치원 원장님의 전화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한 지도 3,4년이 지났다. 그동안 졸업생 방문의 날이나 입시홍보 때나 책 모임 때 간혹씩 들리긴 했었다. 수영장을 갈 때도 일부러 유치원을 돌아가는 길을 택해 가기도 했다.
괜히 유치원 앞을 지나면 도토리 버스는 잘 있는지, 개구리 버스는 잘 있는 보게 된다. 원장님 차가 주차되어 있구나. 늦은 시간이지만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바쁜 일이 있나 보구나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련하게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곤 했다. 졸업을 할 땐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커피라도 붕어빵이라도 사 들고 찾아가야지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쓸쓸히 길을 걷는 나의 발 끝에 민들레 꽃이 찾아오듯 전화가 울린 것이다.
그런 목소리들이 있다.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목소리. 오늘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속 용기가 희망이 샘솟는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3월 개학 전날, 어찌나 개학이 싫었는지 모른다. 오늘 밤 어떻게 해야 내가 보상을 받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미 내일이 기다려지는 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