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원 내고 온 날
오늘 학교에 복직원을 제출하고 왔다. 작년에 담임했던 아이들도 복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도 하고, 여러 교무실을 돌며 차도 마시고 반가운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금세 2시간이 흘렀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오묘했다.
휴직하기 전인 1년 전, 늘 나의 머릿속엔 수업이나 실습, 업무,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 학교에 관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그렇다고 그렇게 훌륭한 교사는 아니었다.) 휴직을 하는 1년 동안 이런 학교에 대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었다. 그 흔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학교에 다녀온 후, 복직원을 쓰고 온 후, 학교와 관련된 생각의 새싹들이 내 머릿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약간 억울한 감정이 밀려온다. 나는 3월 1일 자 복직인데, 이런 학교에 관한 고민과 생각들은 3월 1일부터 하고 싶었는데...
오후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업무와 담임 등이 얼추 정해졌다고 귀띔을 해주기 위한 전화였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전화는 오늘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고민들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오늘 저녁 수영을 하는데도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다.(그런데 오히려 이런 잡생각들은 수영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민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걱정할 일들을 직면하기 전까진 고민은 미루어두자.
지금 이 순간 나는 고민에 빠져 무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바로 앞 소파에는 나의 휴직에 이어 올해 3월 1일 자 휴직을 앞둔 싱글벙글한 표정의 아내가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