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 한 말

by 모니카

쏟아져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정리된 이야기도 듣고, 감정이 격해진 이야기도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기도 하고, 기승전결을 이용하기도 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만, 모든 이야기를 다 소화할 만큼 그릇이 크지 못하다 보니, 때로는 흘려 넘기는 말들도 꽤 있다.


주로 흘려듣게 되는 말 중 하나는 '정치인'이 하는 말이다. 투표를 앞두고는 간, 쓸개를 다 내어줄 것처럼 하다가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돌변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봐 왔다. 본인이 약속한 일이지만, '약속'이란 단어조차 퇴색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뉴스를 보기 힘들고, 정치뉴스는 더더욱 소화가 힘들다. 듣다 보면 체하는 것 같고, 듣다 보면 고구마를 백만 개쯤 삼키는 기분이다.


최근에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대통령의 사과가 그랬다. 비상계엄은 전 국민을 상대로 선포해 놓고, 민주당을 겁주기 위해 한 일이었단다. 민주당 의원들을 겁주기 위해, 국민들이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게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활동을 금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의료진을 겁박하면서 내놓은 말이라고 하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비겁하다. 그런 대통령의 사과에 진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탄핵투표조차 하지 않는 이들은 오늘도 또다시 그럴듯한 말을 내뿜는다. '질서 있는 퇴진을 하겠다.'라고.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라고.


8년 전, 국민들은 한차례의 탄핵을 경험했다. 당시 전 세계가 놀랄 정도의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냈고, 집회가 끝난 후에도 질서 정연하게 퇴장했다. 국민들은 이미 질서 있게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8년 전 경험으로 퇴진 후의 상황도 질서 있게 정리해 나갈 것이다.


국민의 혼란 가중이 아니라, 그들의 혼란 가중이 아닐까 생각되고.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니라 시간 끌기에 나서는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을 운운한다. 다음 대통령은 투표 없이 당선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민주적 절차인 투표가 존재하고, 각자의 생각대로 투표하면 된다.


누군가의 선동으로 사람들이 여의도에 모이는 것도 아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촛불을 드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질렀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 말은 하지 말았어야 맞다. 그럴듯한 말로 또다시 국민들을 속이려 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국민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 이제는 그럴듯한 말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군부독재를 오래 겪었고, 정치인들이 내놓는 꼼수를 많이 봐 왔다. 지금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고. 그들이 진정한 사람으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하길 바란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책임을 다 하는 '척', 하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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