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by 모니카

지난 주말, 고속도로를 달리며 생각했다. 다행이구나...


1년 간 열심히 썼던 다이어리가 접히고, 새로운 다이어리가 펼쳐졌다. 2023년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동시에 2022년을 생각하는 시간이 같이 흐르고 있다. 초반에는 열심히 달렸고, 5월에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상처가 깊어 체념하게 되었고, 비우고 나니 몸이 아파왔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름의 치열함으로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사는.'

'집에서 놀고먹는.'

'시간 여유 많잖아.'


등등의 시선이 꽂힌다. 처음에는 웃음으로 넘기고.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 쳐주기도 하고. 나의 치열함을 살짝 티 내보기도 하고. 때론 입을 다물어 버리기도 했다. 결과만으로 모든 걸 말하는 우리 습관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복잡해지는 생각을 밀어버리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미 들어온 말들의 흔적이 아프기도 하다.


괜찮다 말할 만큼 대인배도 아니고,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이라며 신경을 꺼버릴 정도로 멘탈이 탄탄하지도 못하다.


지나간 2022년이 좀 아쉽고, 내 나이가 한 살 더 들었다는 것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좀 더 힘내보자 싶어 지난 주말 고속도로를 달렸고, 4시간 넘는 주행시간 동안 이런 굴곡, 저런 굴곡을 만들어내는 산줄기와 마주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해넘이와 해돋이가 되는 이 시기에 녹음이 짙어 자연이 눈부셨다면 어땠을까? 햇살 한 스푼에 반짝이는 초록잎, 온몸을 감싸주는 살랑거리는 바람, 힘을 내 무럭무럭 자라는 풀잎들. 그렇게 반짝이는 자연과 결과 없는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한다면.


이미 상상만으로 서글픔이 2배가 되는 기분이다.


다행이다 싶었다. 자연도 나와 같이 해넘이를 해주고 있는 것에.

그리고 자연이 눈부실 때, 나 역시 눈부실 수 있길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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