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혼밥의 기억

by 모니카

처음 혼밥에 도전한 건 혼자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혼자 여행은 모든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도 상관없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영화도 볼 수 있었으며, 다양한 방해요소를 피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넉넉했다. 푸른 바다의 짠내 나는 바람도 좋고, 한참 동안 파도치는 걸 바라보고 있어도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좋은 카페를 발견하면 무심히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기도 했는데,


그런 모든 시간의 중간에 있는 끼니때가 나한테는 커다란 숙제였다.


혼밥을 하기에 나는 너무 용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손님 많은 식당에 홀로 들어가면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한다 생각했고, 손님 없는 식당일지라도 직원들 시선이 나한테만 오는 느낌이었다.


'여자 혼자 왔네. 무슨 일 있나?'

'외로워 보이네.'

'같이 먹을 사람이 없나.'


등등의 시선이 꽂히는 것 같달까. 그런 시선을 무시하며 밥 먹을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꼭 먹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삼시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는 1인도 아니다. 식사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 보니 1일 1식을 하는 날도 흔한 편이다. 먹는 것에 큰 감동을 두지 않는 편이라 혼밥보다는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혼자여행의 밥시간을 채웠다. 나의 끼니를 때웠던 메뉴들을 살펴보면 편의점 삼각김밥, 분식집 김밥포장, 햄버거 포장, 빵 같은 것들이었다.


혼자여행 초반 몇 번은 끼니를 때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배가 좀 고프거나 허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끼니를 때우는' 것과 '밥을 먹는' 건 엄연히 다르다는 걸 알려준 하루가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 숙소를 나온 시간 11시. 가보고 싶던 사찰까지는 30분에서 40분을 가야 했다. 숙소에 있던 생수만 마시고 나온 터라 배는 이미 꼬르륵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로 옆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황탯국을 하는 식당이었는데, 심플한 인테리어가 여느 관광지 식당과는 다르게 보였다. 나는 가던 차를 돌려 무작정 그 식당 앞에 주차했다.


'영업중'이라는 팻말이 왜 그렇게 편했는지. 스윽 밀고 들어간 식당에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나를 반겼다. 아마도 오늘 이 식당을 찾은 첫 손님인 모양이었다.


"어서 오세요. 혼자세요?"

"네."

"편한데 앉으세요."


내가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는 사이, 아저씨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뭘로 드릴까요?"

"황탯국이요."

"네."


매번 눈치가 보이던 혼밥인데, 이상하게 그 식당은 그러지 않았다. 잠시 후, 아저씨는 1인용 쟁반에 황탯국과 밥, 반찬을 맛깔스럽게 담아, 내왔다. 그리고는 살짝 목례를 하고 돌아서는 아저씨는 식사하는 내내 보이지 않았다. 쑥스러움에 휴대폰을 친구 삼아 먹으면서도 중간중간 주방과 카운터를 살폈지만, 아저씨는 없었다. 혼밥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인 걸 알고 자리를 피해 준 것처럼. 아저씨는 계산을 하겠다는 내 목소리가 듣고서야 주방 어딘가의 문을 열고 부랴부랴 들어왔다.


혼자여행 밥시간 중에 가장 편안하게, 가장 천천히 음식 맛을 즐겼던 시간이었다. 끼니를 때우지 않고, 제대로 된 밥을 먹은.


그렇게 30분 정도를 달려 사찰에 도착한 나는 2시간 넘게 사찰을 걸었고, 바닷가로 이동해 다시 1시간 정도 산책을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도합 3시간을 걸었는데도 간식이 먹고 싶다거나 허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끼니를 때우듯 먹다 보면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배가 허해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제대로 된 밥이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하는데 그날은 든든히 먹은 덕인지 하루가 정말 편안했다. 뭔가 꽉 채워진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나는 그 식당이 있는 곳으로 몇 번 더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마다 당연히 그 식당에 들렀고, 갈 때마다 식당에서 한 상 제대로 먹었다. 어른들이 늘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할 때마다 이해되지 않았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말도 귓등으로 듣기 일쑤였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으라는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찮았다. 그런데 끼니를 때우며 여행하던 날과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여행한 날이 확연히 다르게 채워지면서 밥이 왜 중요한 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하루에 한 끼는 제대로 된 밥을 먹으며 여행한다.


이제와 보면 혼밥을 하면서 느꼈던 시선들은 내가 했던 생각들이었다. 식당에 앉아 혼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외로워 보이곤 했었으니까. 내가 보던 시선에 나를 가둔 채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보스런 행동을 하다니! 그게 뭐라고! 혼자 밥 먹는 게 죄도 아닌데 말이다. 솔직히 처음이 어렵지 한 두 번 하다 보면 혼밥만큼 편한 것도 없다. 메뉴도 내 마음대로, 식사시간도 내 마음대로. 남의 이야기가 끼어들지 않는 나만의 식사. 해보니, 혼밥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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