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앞에서

by 모니카

남의 이야기였다.

말은 말대로, 활자는 활자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1980년 5월의 광주가 얼마나 뜨거웠고, 아팠는지 가르쳐주고 있었지만, 왜 그만큼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군홧발과 곤봉이 사람을 구별치 않고 휘둘러지는데 분노하고, M16 고스란히 드러남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기록으로 남은 흑백사진이라, 그저 기록해야 할 뼈아픈 역사라고만 인식했다. 공감은 하면서도 마음이 동요치 않은 지난 역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앞서서 나가리 산 자여 따르라 일러주었는데도 뭣한다고 그리도 무심하게 모른 척을 했는지.

이제와 찾은, 모든 것이 그때인 도청 앞에서 마음은 무겁고 생각은 복잡하다.

동네 아저씨가. 앳된 얼굴 학생이. 옆집 아줌마가. 백발 성성한 노인이. 시민임을 인정치 않았던 그날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단단한 시멘트가 삭아질 세월이 지나는 동안 분수대에 펼쳐졌던 태극기의 간절함을 왜 알려하지 않았는지. 괜한 희생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던 군중의 떨리던 목소리를 왜 이제야 찾아왔는지. 두려움과 공포가 목 끝까지 차오르던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갔던 그네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져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처럼 굳어져 가는 나의 육체 앞에 꺄르륵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1980년 5월을 기억하는 전남도청 건물 너머에서 들려오는 2023년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파르게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교차되는 시점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나는 무얼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980년 5월의 뜨겁고 아팠던. 몰라 부끄러웠고, 알아 영원히 기억하고픈 그때가 옛 전남도청 앞에서 다시 한번 나에게 일러준다. 기억하라고. 꼭 기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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