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에드워드 호퍼
20세기 미국 사실주의 대표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1942)>.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는 새벽, 불이 켜진 식당은 간소하다. 이 시간에 여는 식당이라 해봐야 간소한 간식밖에 팔지 않는 간이식당.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한쌍의 남녀는 그나마 외로움을 덜해 주는 것처럼은 보이지만, 그들 역시 각자의 생각 중이다. 남자는 종업원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고, 여자는 그 옆에서 자신의 손에 든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등을 보이고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혼자 커피를 시켜놓고 그는 아마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여 누군가가 선뜻 먼저 말을 걸기에는 어려운 느낌이랄까. 연극의 한 무대를 보고 있는 듯한 이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독해 보인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신세계 SSG광고에 도입되어 신선함을 가져왔으며, 가수 헤이즈의 노래 "헤픈 우연"의 뮤직비디오에 차용이 되었다. 도시적인 외로움과 차가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절대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어서였을까.
미국의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미국인의 고독과 상실감, 단절을 단순하고 무심하게 표현하였다. 추상표현주의가 미국의 미술계를 강타하고 있던 때에도 사실주의 양식을 고수한 그의 작품은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고독의 정서를 차가운 시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추상표현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팝아트가 나타나게 되면서 팝아트와 슈퍼리얼리즘에 영향을 미친 선구자로 인정받은 그는 오늘날의 많은 화가, 영화감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작품은 미국 시카고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여담: 오래전,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방문장소였던 파리에서 나흘 정도 머무르게 되었다. 내가 도착했던 날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에드워드 호퍼 특별전이 마무리하는 날이어서 많이 아쉬워했었다. 파리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숙소 사람들과 함께 나갔던 야경투어에서, 안내를 해 주던 분이 에드워드 호퍼 특별전이 일주일 연장되었다고 했다. 투어 다음 날이 아마도 그 달의 첫 번째 일요일, 파리의 미술관이 무료로 개관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특별전은 유료 관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호퍼를 만나러 그랑팔레로 갔다. 그런데 파리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싸늘한 파리의 오전 두어 시간가량을 줄 서서 기다려서 당일 관람권을 구입하고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원 없이 보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파리 그랑팔레의 특별전은 세계 각국의 유명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라서 파리 시민들도 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고. 비록 오전 내내 기다리고 두어 시간 관람이었지만 그날 호퍼의 작품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