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의 천국(1567)-대(大) 피테르 브뢰헬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대(大)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hel the Elder)의 <게으름뱅이의 천국(1567)>. 그림 속의 사람들은 모두 배부르게 먹고 누워있다. 나무의 작은 테이블에는 음식이 놓여있다. 그림의 정면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달걀이 보이는데 스푼이 담겨 있고 작은 발로 보아 움직일 수 있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구워진 칠면조는 쟁반에 누워있고, 걸어 다니는 돼지에게는 칼이 꽂혀있다. 자세히 보면 꽂힌 칼 위쪽으로 잘려나간 자국도 보인다. 멀리 흐르는 강물은 하얗다. 혹시 계절이 겨울이라 언 강물에 눈이 덮인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지만, 떠있는 조각배들로 보아 겨울도, 눈도 아닌 듯하다. 오히려 강물이 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림의 왼쪽 윗부분에 있는 집 지붕의 기와는 맛있는 파이이다. 그 지붕 아래,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기사가 보인다.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조금은 무료해 보인다. 누워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분명히 배가 부르고 편안한 상태인데도 그들은 그다지 만족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의 제목에서 말해주듯, 이곳은 게으름뱅이의 천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워도 모든 것이 이뤄지는 나라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오래전, 계몽사판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의 <독일 이야기> 편에는 '게으름뱅이의 천국'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나라의 이름은 '쉴랄라펜란트(Schlaraffenland)', 게으름뱅이의 천국, 즉 놀고먹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지닌 나라다. 우유로 된 강이 흐르는 이곳에는 모든 동물들이 요리된 채로 돌아다녀서 먹고 싶은 사람은 그냥 잘라먹으면 되고 그 조차 귀찮으면 '이리 와'하면 입 속으로 쏙 들어온다. 꿀물이 비가 되어 내리고, 설탕이 눈이 되어 내리는 나라, 각종 먹거리가 곳곳에 매달려 있는 곳. 비싼 옷은 숲의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가져오면 되는 곳이며 도박을 해도 언제나 이기는 나라, 젊어지는 샘이 있어 항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 가장 멍청하고 게으른 이가 왕이 될 수 있는 나라. 이곳에 가려면 눈먼 사람과 말 못 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죽으로 된 엄청난 벽을 먹어치워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던 듯하다. 내가 읽은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만, 결말이 다른 이야기도 있나 보다. 어딘가에서 잔혹동화의 결말이야기를 들은 듯한데 뭐였는지는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림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동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그림의 독일어 제목이 <Das Schlaraffenland>인 탓이다. 그림이 그려지던 그때부터 전해오던 이야기였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미술관에 걸려있던 그림 제목을 읽었을 때 동화 속의 삽화가 떠올랐고, 동시에 브뢰헬의 표현 속에 나타난 게으름뱅이들의, 분명히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있음에도, 행복해 보이지 않은 무료함은 그들에게 축복이 아니었음을 읽게 되었다고나 할까.
16세기 플랑드르 화가인 대(大)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hel the Elder)은 순수한 풍경화를 그린 최초의 화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풍경화를 전통적 역사화, 종교화의 경지로 이끌었으며, 당시 플랑드르 지역 소작농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새로운 회화 장르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들은 16세기 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아들 피테르와 얀도 그와 유사한 작품을 그린 화가들이며, 아들 피테르와 구분하기 위해 그의 이름에 '대(大, the Elder)'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독일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