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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Feb 29. 2024

특성화고 엄마의 수시입시는 끝났다!

_ 17. 90분 동안의 졸업식은 9000줄이 넘는 쓰기로


: 17. 특성화고 엄마의 수시입시는 끝났다_ 특성화고 대학입시(07)



무슨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푸하하하하하하. 아이가 원하고 바라던 호서대학교 '게임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커피만 내리 몇 잔을 마셨음에도 엄청 큰 소리로 꺄아아아악 소리를 질렀고, 눈물도 펑펑 흘렸다지요. 담임 선생님도 고맙고, 돌아가신 시아버님께도 감사하고, 용화사 부처님도 감사하고, 모든 신들께도 감사하고, 모든 것에 감사했지만 아이에게 제일 고마웠습니다.


게임만 주구장창 했는데도, 성적이 중간은 가서 이렇게라도 원서를 낼 수 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 시험기간에는 아이 '나름' 공부했다고 합니다. 뭔들 어떻습니까? 합격했는데.. 눈물을 질질 흘리며 빵뎅이를 흔들어 재꼈고, 용화사에 들러 부처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하늘 끝까지 올라갔던 기분을 한순간에 고꾸라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제아이는. 제가 그 능력자 아이의 엄마인걸 깜빡 잊고 개호들갑을 떨다 한방 먹었습니다. 게임소프트웨어학과가 본인이 엄청 원하는 학교는 아니었는데, 엄마가 원서를 넣었고 그나마 다른 과보다는 낫지만 본인이 처음 생각한 과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 합격 축하 인사를 전하는 가족들이 본인에게 고생했다고 하는데, 본인은 게임만 하고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자꾸 고생했다고 해서 듣기 싫었답니다.


"그럼 고생했다고 하지 게임만 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냐고 하냐?" 신나는 표정 하나 없이, 뾰로통해 앉아 있는 아이가 어찌나 보기 싫던지. 홱 돌아 나왔습니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아이의 심통에 합격의 기쁨이 마이 아주 마이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호서대 기계자동차공학부와 게임소프트웨어학과의 합격으로 제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게임학과의 합격은 예상치 못했는데 합격에 이르게 되니, 한기대도 기대하게 됐습니다. 아이는 1, 2, 3학년 전공과목은 1-2등급이었고, 3학년 1학기에는 전공과목 2개 학업우수상도 받아왔습니다. 기계과는 싫지만, 전공과목은 1등을 하는 아이였기에 서류평가 100%*종합정성평가를 하는 한기대가 아이를 알아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습니다.


< 16. 나 떨고 있니? 학생부종합전형 1단계 발표일 (brunch.co.kr) > 편에서의 수시 입시 발표일은 1단계 발표일이었고, 최종 수시 발표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기대는 지난번과 동일하지만, 호서대와 교통대는 바뀌었습니다.


★ 2024 수시 입시 합격자 발표일 ★


1. 호서대학교 : 2023년 11월 09일(금) 16:00

2. 한국기술교육대학교 : 2023년 11월 17일(금)

3. 국립한국교통대학교 : 2023년 12월 15일(수) 16:00


한기대 발표전에 수능시험부터 볼까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023년 11월 16일(목) 치러졌습니다. 오전 08시 10분 입실하여 오후 5시 45분 퇴실까지 꼼짝없이 앉아 수능시험을 치른 아이는 초 중 고 12년 통합, 학생 인생 최초이자 최대로 긴 시간을 교실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_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표_


호서대 합격 발표일 호들갑 떤다고 한소리 듣고는 삐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또 깔깔거렸습니다.




"니 인생 최대로 긴 시간 학교에 앉아있었네?!"


"아니 아니, 최대로 긴 시간 엎드려 잤어."_ 밍큐군


"3번으로 다 찍었어?"


"아니. 국어는 3번으로 다 찍었고, 나머지는 1111, 2222, 3333, 4444, 5555 이렇게 찍었는데, 직업탐구는 그래도 풀었어" _ 밍큐군


"잘했네. 직업탐구는 아는 문제가 있었어?"


"그래도 좀 알겠던데?! 모르는 건 조삼모사!"_ 밍큐군


"조삼모사가 뭔데???"


"조금 알면 삼 번, 아예 모르면 사번!"_ 밍큐군


"그래? 그런 게 있었어?! 나도 자격증 시험 볼 때 써먹어야지~"


깔깔깔깔. 간만에 신나게 깔깔거렸습니다. 전문대뿐만 아니라 호서대까지 합격했으니 수능 몇 등급은 우리에겐 중요치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이때 아니면 언제 수능시험을 치러볼 수 있을까 싶어 경험이라도 할 수 있게 접수했던 수능시험.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완전 바닥입니다. 직업탐구만 6등급, 나머지는 8-9등급 나왔습니다.


수능시험 바로 다음 날인 11월 17일(금)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발표가 있었습니다. 호서대, 한기대, 교통대 다 합격하면,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군말 없이 보내자 다짐했으면서도 아이 아빠와 저는 한기대에 합격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기대니까요.


문제는 아이가 이미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공학과로 마음을 정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아이도 그동안 특성화고 반 친구들의 '합격대기'를 보면서 호서대에 합격한 것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었고, 호서대뿐 아니라 4년제에 원서접수한 대학을 계속 알아본 모양이었는데 호서대가 제일 낫다며 결정을 끝냈더라고요. 그래도 한기대인데 안 되겠니?


혹시라도 한기대에 합격하면,
다시 한번만 고민은 해줄래?

11월 17일(금)은 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생일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기대 불합격' 두 개 전형 모두 다 떨어졌습니다. 고민하지 말라고 불합격했나 싶었습니다. 저에게도 아이의 불합격은 선물 같았습니다. 3일간의 진통을 겪고 11월 17일 아이를 만났는데 아이 낳느라 고생했다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 같았습니다. 호서대학교 게임소프트웨어학과 가즈아!!



_ 90분 동안 진행된 졸업식 단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아이의 졸업식은 제게도 의미 있더라구요. 특성화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특성화고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졸업식만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90줄, 900줄 점점 길어집니다. 9000줄까지는 안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9000줄이라는 어감이 좋아(뭔가 대단히 길어 보이기도 하고) 소제목으로 얹어봤습니다. [ form_ Arisa ]


_ 입시원서를 내면서부터 발표일까지 제가 그간 용화사 7존 부처님들을 참 많이도 괴롭혔습니다.


'안전하게 졸업하게 해 주신 거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부처님들께서 안전하게 지켜주신 아이이니, 아이가 원하고 바라는 것도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저 말고도 돌보아주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저도 한 번만 돌보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부처님께 한 약속도 지켰잖아요. 그러니 저를 봐서라도 저희의 부탁도 들어주세요.'


_ 이번에는 핑크빛 연꽃에 온 마음을 담아 부처님께 기도(부탁)를 드렸는데, 엄마의 이기적인 부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자비는 아이를 안전하게 졸업시킨데 이어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 합격까지 이르셨습니다.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01. 기본에 풍성함 약간 얹어 7만 원_ 졸업식 꽃다발

02. 내 졸업은 기억 못 해도 아이의 73회 졸업은 기억하리라! _ 졸업식 시작

03. "그렇다면 저는 특성화고를 보내겠습니다"_ 중3 담임선생님 면담

04.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_ 현실판 SKY 캐슬

05. 특성화고 보내겠다고 과외시키는 엄마라니 _ 특성화고 특별전형

06. 아이의 세상은 내 세상보다 위대하고 찬란하다 _ 엄마와 아이

07. 남의 아이만 빨리 크는 것 같았는데 졸업이라니 _ 이제 졸업식 시작

08. 자격증 하나는 따야지_ 특성화고 필기시험 면제자 검정

09. 나를 잠식시키는 공포(Phobia)_ 안!전!제!일!

10. 안전하게 졸업만 하게 해 주세요 _ 더글로리 용화사

11. 대학! 가고 싶으면 가야지 _특성화고 대학입시(01)

12. 오예~ 전문대는 합격이란다!! _특성화고 대학입시(02)

13.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다 _특성화고 대학입시(03)

14. 전문대는 합격이라더니 면접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_특성화고 대학입시(04)

15. 특성화고 학생은 '특성화고전형'만 가능하다?_ 특성화고 대학입시(05)

16. 나 떨고 있니? 학생부종합전형 1단계 발표일_ 특성화고 대학입시(06)

17. 특성화고 엄마의 수시입시는 끝났다!_ 특성화고 대학입시(07)

18.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_ 특성화고 대학입시(08)

19. 빠르다고 좋을 것도 없고, 느리다고 나쁠 것도 없다_ 진로 미결정 24명

20.



# 특성화고

# 졸업

# 대학입시

# 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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