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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Aug 09. 2024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을까?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



보여주는 쓰기에 소홀해지고 있구나 싶은 때가 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특별한 사명감보다는 자기만족이 선순위에 있으니, 쓰기 외에서 만족을 얻을 때(드라마 시청과 같은), 사는 게 너무 바빠 여력이 없을 때(자격증 시험공부 같은)에는 아무래도 쓰기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럴 때면 가끔씩 브런치 앱을 열어 앱 속의 통계를 확인한다. 통계 속의 키워드 유입을 보며 '아 그래도 내 쓰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동기부여도 되고 자격증 취득과는 결이 다른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발전기사, 신중년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전기기사, 공인노무사 등 역시나 자격증 사냥꾼답게 자격증 관련 키워드로 유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주=갓물주'로 동일시되는 상가주택관련해서도 유입이 잦은 편이고, 최근에는 특성화고 관련 키워드도 자주 보인다. 참고로 2025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기간은 2024년 9월 9일(월)부터 13일(금) 중 3일 이상으로 발표되었다.



어제, 그러니까 2024년 08월 08일(목) 우연치 않게 통계를 보게 되었는데.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라는 키워드를 보게 됐다. 키워드를 보자마자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는데, 크게 웃고 나니 무엇인지 모를 잔향이 나를 감싸 당혹스러웠다. 그것이 무게감인지 씁쓸함인지 안쓰러움인지 의구심인지 실체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건 가라앉았다. 물입자를 머금은 안개처럼 바닥으로 자욱이.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



키워드를 보자마자 빵 터진 것은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40대 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열중하고 있지만, 내 자격증은 지금껏 쓰이지 않았다. 쓸모없는 자격증이지만, 쓸데없는 자격증이지만 그 언젠가의 쓸모를 위해, 바늘구멍보다 작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지금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격증 자체가 쓰이지는 않았지만, 자격증 공부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많다. 특히나 이번 산업위생관리기사(+산업기사) 시험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존중과 배려(브런치 마을 작가님들의 응원을 통해)를 경험했다. 홀로 자격증 취득의 길을 걸을 때는 절대 알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었고, 감사한 마음은 브런치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깊어졌다.


혼자 자격증을 취득할 때도 얻은 것은 많았다. 일단 자격증을 얻었고 :D,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며 흐트러진 생각을 한 곳으로 모으는 집중력을 길렀고,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 내력을 키웠으며, 이리저리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또한 네일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편집디자인기능사, 전산응용토목제도기능사처럼 실기시험이 작업형이었던 경우 기술도 습득했다. 일러스트, 포토샵, 인디자인, 엑셀,  Auto CAD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며, 네일샵을 가지 않더라도 손발톱 정도는 이쁘게 치장할 만큼의 수준은 된다.


네일기능사 실기시험을 통해 늘어난 스킬 :)


그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호서대학교 게임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한 꼬맹이와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떠드는 소리는 여전히 외계어처럼 들리지만, 전공과목 특히 디자인 관련 과목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대화도 가능하다. 삼겹살을 구우며 도란도란 전공과목에 대해 얘기를 한 기억은 여전히 행복으로 남아있다. 호서대학교 학생 아빠(그래픽 특히 3D를 잘하는 자)는 아이에게 "쩐다잉"이라는 톡을 받고 며칠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얻은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는 키워드에 공감하여 빵 터졌다. 소용없다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쓸모없다'는 말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었다. '건물주=갓물주'처럼 '자격증=쓸모없음' 동일 키워드로 뇌에 입력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소용없다 : 아무런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다.


쓸데없다 : 아무런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다.


쓸모 : 쓸만한 가치.



취업의 도구로서, 금전적인 이득으로 자격증을 본다면,


나이앞에 >> 지천명을 코앞에 둔

자격증은 >> 3기사 포함 국가기술자격증 10개

소용없다 >> 쓰임이 없었고, 금전적인 이득이 없었다.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고 공감되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나 역시 빵 터졌겠지만. 취업의 도구와 금전적인 이득을 전제조건으로 두지 않는다면 자격증은 분명 쓸모가 있었다. 가치가 있었다. 과정을 통해서도, 결과를 통해서도 때마다! 분명히! 틀림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마침표까지 꾹 찍어서 검색을 하신 분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로 인해 취업에 실패하셔서 한탄의 마음으로 검색을 하셨을까? 자격증에 도전 중인데 자주 낙방하는 이유를 나이에서 찾으시는 걸까? 소용없는 자격증이라는 동일한 생각을 가진 타인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고 싶으셨을까? 위로를 받고 싶으셨을까? 요래 저래 헤아려 보려 해도 알 길은 없고 생각만 많아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보여주는 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간 취득한 자격증을 쓸모없는, 쓸데없는, 쓸 일 없는 자격증으로 폄하했을지도 모른다. 자격증을 취득하며 얻는 만족감은 늘 순간일 뿐이고, 이미 얻은 것은 얻고자 했던 절실함을 소멸시키며, 어렵기만 했던 처음은 익숙해짐으로써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소중함을 일깨우고, 의미 없는 일은 하나 없고, 스스로를 낮추지 말라고.



Daum 검색 : 키워드_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


나도 따라 Daum에 "나이앞에 자격증 소용없다."라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 봤더니. < 어쩌자고 동시접수 대참사(2)  >가 연관되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고, 착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대참사'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결코 대참사가 아니었으므로.


검색을 하며 마침표를 찍은 그분이 나의 쓰기를 보신 후, 종결의 마침표를 물음표 또는 느낌표로 전환시켰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품어본다. 때마다, 분명히, 틀림없이 존재했던 자격증 취득의 이유. 그보다 중요한 사실들. 의미 없는 일은 하나 없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며,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나이들어 자격증 따는 게 소용없는 일은 아니고만?!




_ 2024년 08월 09일_ 금요일. 모처럼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유로운 이 시간을 쓰기에 할애할 수 있어 좋다. 내일은 주말이라 더 좋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언제나 건강하시고요 :D



_ 드라마작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이런 알림이 와있네요. 오예~ 자격증이 이렇게 쓰임이 있습니다. 소용없는 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쓰지 않을 이유가 하나 없습니다. :) 자격증 관련한 글의 제목을 자격증 이름으로 바꾸어야하나? 스리슬쩍 제목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최작가의 신간 < 이런 제목 어때요?>을 펴야겠지요? 언제나 저의 후배이자 저의 어깨뽕 최작가를 사랑하는 선배 아리사랍니다.^-^♡




+ 시간이 아까워서, 시간에 대한 기록으로, 딱 2분만 생각을 몰아내고자 시작했던 자격증 취득하기를 브런치에 떠들지 않았다면 저에게도 그저 그런 일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 이름을 불렀을 때 꽃이 되었듯, 브런치에서 티를 내었더니 잘하는 일, 대단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글의 힘을 알려준 자. 여기 있습니다. 저의 후배이자, 저의 어깨뽕, 저의 최작가입니다. :D (신간이 나왔다지요? 이런 제목 어때요? 사심 가득한 연결입니다.)


< 은경 > https://brunch.co.kr/@dadane/543








# 자격증

# 쓸모있다

# 유입 키워드

# 이런 제목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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