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앱을 만들 수 있을까

by 유영주

앱을 만든다는 건 내 인생에 없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영상을 전공했고, 방송국과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카메라 뒤에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내 일이었다.
코딩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세계였다.


그런 내가, 지금은 앱을 만들고 있다.


10년 동안 쌓인 불편함


신앙 기록을 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처음엔 노트에 손으로 썼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 제목을 적었다.
하지만 며칠 하다가도 금세 멈추곤 했다.
손으로 쓰는 건 좋았지만, 꾸준히 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엔 PC로 옮겨봤다. 에버노트였다.
몇 년을 쓰다가 노션이 좋다길래 또 옮겼다.
그런데도 불편했다.


노션은 편리했지만, 업무 자료랑 학교 과제가 같이 섞여있었다.
아침에 묵상하려고 열면 전날 밤의 업무 페이지가 먼저 떴다.
그 순간 집중이 확 깨졌다.
급할 땐 메모앱에 적거나 ‘나한테 카톡’으로 보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기록이 흩어졌다.


찾으려면 서너 개 앱을 뒤져야 했다.
‘신앙 기록만 따로 모아둘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말씀카드를 보면서


교회 단톡방에서는 늘 말씀카드가 올라왔다.

예쁜 배경에 성경 구절 한 줄.
사람들이 카톡으로 보내고, 인스타에도 올렸다.

나도 마음에 드는 건 저장해 뒀다.


그런데 보다 보니 아쉬웠다.
배경은 예쁘지만, 내 마음에 딱 맞는 이미지는 드물었다.
카드에 들어가는 구절도 대부분 비슷했다.


어느 날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말씀 이미지를 배경으로 해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말씀카드를 좋아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쓴 묵상도 카드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쓰고,
내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AI를 쓰면, 나 같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졌다.
‘그럼 그 묵상은 어디에 기록하지?’


노트, 에버노트, 노션, 메모앱, 카톡…
10년 동안 흩어져 있던 기록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기록과 카드를 하나로 합치면 어떨까.’


AI를 멀리하던 내가, 결국 배우게 된 이유


사실 처음엔 AI가 싫었다.
ChatGPT가 나오고, 미드저니가 유행할 때도
그냥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기계가 사람의 창작을 대신한다는 게 불편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둘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필요해서 써봤다.
기획서 초안을 빠르게 잡을 때,
급하게 참고 이미지가 필요할 때.


완벽하진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조금만 손보면 쓸 만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AI는 대체가 아니라 확장이구나.’


영상 일을 하면서 늘 새로운 툴을 배워왔다.
AI도 결국 그중 하나의 도구였다.
이미지 작업 속도는 빨라졌고,
글을 다듬는 시간도 훨씬 줄었다.


그즈음 지인이 AI 관련 대학원 과정을 추천했다.
망설이다가 지원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미드저니를 가르치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내 일과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시작이었다


AI 툴로 앱을 만드는 비전공자들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Claude나 Figma 같은 도구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제로 출시한 사람들도 있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시도해 볼 만했다.


마침 수업에서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이었다.
첫 단계는 ‘검증’.
사용자가 진짜로 원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


그때 ‘바이브코딩’으로 앱을 만든 개발자의 강의를 봤다.
그는 시장 조사를 철저히 했다.
리뷰를 분석하고, 경쟁사를 살폈다.
수업에서 배운 이론에 실제 사례가 더해지니
해야 할 일이 보였다.


‘그래, 나도 해보자.’


기존 신앙 앱들의 리뷰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디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느낀 불편함이, 정말 나만의 문제일까?’


영상 전공자가 앱을 만든다는 건
1년 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있다.


이제 검증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