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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육아휴직이 끝나기까지 4개월 남았다.

by 물밖의물고기


배신하지 않는 노력,

실패하지 않는 확실한 행복 : 가족


육아휴직을 앞둔 나의 고민 따위는 "어떤 부업을 준비해 볼까, 어떤 경제시스템을 구축해 볼까" 정도의 고민이었다. 아무래도 장기적인 행복에 돈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었을 테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시한부처럼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까지 경제적 자유시스템을 구축해 보겠다는 욕심이 들끓었다.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쉼 없이 달려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경제적 자유는 한 축의 방향성일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돈이라는 존재는 사람을 부지런하게도 하지만,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 정확히는 사람이 잡아먹히기도 한다. 돈돈돈 거리다가 서서히, 서서히,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관들이 죽임을 당하고,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돈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돈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는 건 잘못이 된다. 그리고 육아휴직 중, 기어코 돈에 잡아먹힌 나. 돈돈돈 거리다가 불행해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나의 가장 큰 장점이 <한결같이 나답다>는 점이다. 20대의 여정에서 "나다운 나"와 "나답지 않은 나"와 지독하게 싸워온 바, "나다운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나다움"을 잃어버릴 즈음이면 뇌구조가 구급신호를 보내고, 즉시 여행을 떠난다.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 실험 같은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선 여행길에서 다시 내 마음속 진짜 이야기들을 살펴보곤 한다. "나는 위로하는 삶을 살고 싶던 사람이었어", "가정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등등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돈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낭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나의 진짜 목소리를 되찾게 된다.


여느 때처럼 망가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을 즈음, 나는 즉시 여행을 떠났고 "이 순간을 감사히 즐기자"는 결론에 닿았다. 그리고 그제야 영혼에서 우러나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역시 마음이 와장창 무너진 뒤, 깨끗하게 정리가 되고 나면 비로소 주옥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남은 육아휴직 4개월은 "나"가 아닌 "아내"와 "아기"를 위해 쏟아봐야지. 아내를 미소 짓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봐야지>


이제야 가장 육아휴직스러운 시간을 시작해보려고 하는 거다. 나는 돈 때문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것을 되새기면서.


육아휴직이 딱 4개월 남았다. 복직해서 일도 열심히 할 거고,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들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남은 4개월 진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아내에게 내 육아휴직 시간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아내를 위해서 귀여운 프로젝트를 한 번 해보자는 기특한 생각. 사랑에는 실패가 없으니 실패가 없는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사랑꾼 코스프레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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