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옛날 이름은 <해피바이러스>

엄마는 나를 너무 모른다.

by 물밖의물고기


내가 웃으면 네가 웃고,

네가 웃으면 내가 좋아


나와 아내 사이에 종종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냐면, 우리 엄마(아내에게는 시어머니)가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은 어릴 때 집에서 완전 해피바이러스였는데, 직장 다니고부터는 웃음을 잃었어"


아내가 이 말을 웃으면서 내게 전해줬다. 그리고 하는 말이 "내가 여보 회사 갔을 때, 여보가 일하는 장소 아래층부터 여보 웃음소리가 진동을 하던데, 어머니가 여보는 웃음을 잃었다고 하더라, 여보같이 동네방네 잘 웃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해피바이러스라는 고전적인 단어에 피식피식 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 내 어릴 적 이름은 해피바이러스였다. 나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되었지만, 엄마는 아직도 내 어릴 적 미소가 눈에 아른거리겠지.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때까지 언제나 잘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일이 힘들다 보니 집에 가서는 조금 힘든 티를 내기도 했고, 가족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사람의 어두운 면까지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싶다. 엄마의 눈에 아들이 어둡게 변해가는 모습은 얼마나 짠했을까. 어릴 적, 엄마 품으로 웃으며 달려오는 내 모습이 엄마에게는 필름처럼 가득 쌓여있을 텐데, 나는 어느새 너무나도 어른이 되어버렸다.(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가족들과도 여전히 잘 웃는데 의아한 이야기다.)


우리 아기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랑 아내를 보면 환하게 웃어준다. 그냥 웃는 게 아니라 눈과 입을 활짝 웃으며 온몸을 바둥거리며 기쁨을 표현해 준다. 100일이 지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기가 웃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아기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게 하루의 큰 행복이 되어버렸다. 그 행복이 너무 커서, 아기가 커가는 게 아쉬울 정도다. 하지만 우리 아기도 자라나서 언젠가는 어른이 될 거고, 어른이 되어서 또 나와 아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해가겠지. 나도 아기에게 새로운 별명을 지어줬다가, 언젠가는 또 그 별명을 회수할 수도 있겠지 싶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은 애초당시 없었고, 세월의 풍파에 웃음기 싹 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한 가지는 기억의 필름이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 웃었던 기억의 필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한 미소를 소중히 여기고, 더 오래 간직하는 것. 우리 부모님과, 나와 아내, 우리 아기 3대가 함께 웃으며 보내는 미소를 하루하루 마지막 선물처럼 고귀하게 대하는 것. 언젠가 이별하는 날, 서로의 이름이 해피바이러스였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거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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