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장기 백수, 알바를 시작하다

by 행백이

원래 지난번 글에 내가 대졸 백수로 몇 년간 전전한 고생 실화를 써서 들고 오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쓰다 보니 너무 대서사시(ㅋㅋ)라 초안만 써놓고선 수정해서 올려야지 올려야지 해놓고 한 달이 지났다...

(저에게는 심각한 미루기병이 있어요... 하하하핳.... 죄송합니다ㅠㅠ)



그 사이 시간은 또 흘러

나는 2년 5개월 차 백수가 되었고,

나에겐 업데이트할 신상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알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 업무 스케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하루 5시간 근무였다.

알바를 시작할 때 나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 잘 차려먹고

헬스장 가거나 이력서 쓰다가 출근하는 것!

하지만 이력서도, 헬스장도 그저

허황된 꿈일 뿐이었나 ㅋㅎㅋㅎ


현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다가

겨우 일어나서 아점 먹고

헐레벌떡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정말 단 하루도 헬스장에 가지 못했다 ㅋㅋㅋㅋㅋ

역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그러다 근무 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또다시 아침 9시 출근 전쟁을 하는 게 싫어

약간의 고민을 했지만,

계속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남들이 하루를 48시간처럼 쓸 때

나는 12시간만 쓰다가 끝날 것 같아

큰맘 먹고 9시 출근 - 14시 퇴근으로

근무 시간을 변경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무직 일이다.

운이 좋게도 일은 그리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어려워봤자 나에게는 마치 양자역학 같았던 마케팅보다 어려울까?' 하는 생각으로 일하니

더 어려울 게 없기도 하다.

교수님 또 등장하심ㅋㅋ




'이 나이 먹고 알바라니...?' 하는 자괴감도 없다.

방식이 뭐가 됐든 간에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만 있다면 내 삶을 내가 책임지기 위해 일한다는 게 참 멋진 것 같다.



사실 예전의 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은 멋지다'는 같은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냥 일하기 싫다, 괴롭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백수 한량으로 지내면서 길 위에서든, 어디에서든 나를 스쳐간 수많은 직업인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나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으면서도 때론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자기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나는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쌩백수로 지낼 때보다 알바를 하니

확실히 자기 효능감도 더 올라가고,

하루를 보다 생산적으로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알바이긴 하지만 어쨌든 돈을 벌게 되었다 보니,

구직 활동에 좀 덜 적극적이게 되었다.(는 자소서 쓰기 귀찮아서 미루고 쉬고만 싶다는 얘기애오)



에휴, 그래도 써야지. 평생 이렇게 살 순 없으니.

- 솔직히 평생 고용만 된다면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백수로 살면서 키워온 맷집으로 적게 쓰는 덴 자신 있는 나다! ㅋㅋㅋ







다음에는 진짜로 저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꽉 채운 백수 생활 분투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호오오오옥시 기다리셨던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고

사...사....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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