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살아온 지 어언 2년 하고 4개월 차.
나는 지난 2년 동안 구직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정말 '쉬는 것'에만 집중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으며 살았다.
번아웃으로 퇴사를 했던 터라
'일'이 그냥 너무 하기 싫었다.
중간중간 지인들 요청으로
단기로 프리랜서 일을 할 기회도 있었지만
퇴사하고 1년이 지날 때까지는
일이란 걸 할 기운도 없고, 의지도 없어서 거절했다.
그래서 마치 은퇴한 노년이 된 것처럼
하루하루 일이라는 게 끼어들 틈 없이
그저 평화롭고 단순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행복했다.
원래 퇴사할 때의 마음가짐은 이랬다.
1년까지는 마음껏 놀고,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취준을 시작하는 것.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일은 여전히 너무 하기 싫었고
노는 데는 이골이 나지도 않았다.
일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기엔
내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그 삶이 좋았다.
그렇게 퇴사하고 2년이 지난 무렵
내 통장 잔고가
"일해라~ 일해! 일해!"하고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아무리 일이 하기 싫어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렇게 취준 생활을 시작했고
이제 취준 4개월째.
내 맘 속 행복이 차지하던 자리를
걱정과 불안이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내가 누구냐.
취업이 너무 안 돼서 졸업도 1년을 미뤘으나
남들보다 늦은 졸업 시점에서 5년이 더 지나서야
첫 취업을 한 맷집 좋은 백수 경력직 아닌가?
지금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걱정, 불안도
다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지난 경험을 통해 알기에
크게 우울해하거나 미리 앞선 비관도 하지 않는다.
쫄리는 건 사실이다
그저 돌아오는 따수운 봄엔
취업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
다음번 글엔
27살 2월에 졸업하고
36살에 첫 정규직이 되기 까지의 길고 긴 여정에 대해 올려봐야겠다.
Stay tuned...!